"이론보다 실천"···실용적 색채 띄고 '신현송 한은' 가동

파이낸셜뉴스       2026.04.21 10:00   수정 : 2026.04.21 10:00기사원문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 취임사..임기 4년
실천사항 4가지 제시..유연한 통화정책 운영 등
융합적 조직개편도 시사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파이낸셜뉴스]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후 첫 발언에서 '실용적' 면모를 드러냈다. 통화정책과 이를 지원하는 한은 조직 모두 유연성과 효율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 총재는 21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중앙은행 변천은 정립된 이론을 뒤따른 결과가 아니라 경험이 이론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라며 "실천을 통해 해답을 찾고 새로운 이론을 써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 총재는 앞으로 주어진 4년의 임기 동안 실천할 사항 4가지를 제시했다. 우선은 '신중하고 유연한 통화정책 운영'이다. 특히 중동 전쟁에 따른 공급 충격으로 물가와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한층 확대된 만큼 그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신 총재는 이어 "정책변수 간 복잡한 상충관계를 완화하기 위해 정책 수단을 재점검하고 정부와는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정책 공조를 해나가겠다"며 "시장과의 양방향 소통을 강화하면서 우리 실정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방안을 계속 고민해나갈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이는 앞서 지난 15일 인사청문회 때 답변과도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신 총재는 당시 기준금리 변동 외 추가적인 통화정책 수단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한은은 금융안정 책무는 있지만 그에 대한 도구는 (통화정책 하나 밖에) 없다"며 "관계기관과 논의해 개선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 총재는 다음으로 '금융안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요구된다고 짚었다. 신 총재는 "금융시장은 은행과 비은행, 국내와 해외 부문 간 경계가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으며 자산시장과도 긴밀히 연결되면서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한층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그는 "기존의 건전성 지표와 함께 시장 가격지표 움직임을 보다 적극 활용해 조기경보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비은행 부문에 대한 정보접근성을 제고하고 금융기관의 부외거래, 비전통 금융상품 등으로 분석의 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신 총재는 '원화의 국제화'도 중요 과제로 꼽았다. 앞서 인사청문회 때도 "원화의 국제화를 통해 유동성을 키우고, 거시건전성 틀 안에 관련 제도를 정립해야 한다"며 "역외 결제시스템 구축 이유 중 하나가 이 같은 금융제도 전반에 미치는 원화의 위상, 환율 등을 관리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는 "정부와 함께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을 추진하고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외환거래의 접근성과 안정성을 국제적 기준에 맞게 개선하겠다"며 "이는 원화 기반의 자본거래와 실물거래를 촉진해 원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외환시장의 안정적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총재는 현재 한은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사업을 통해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와 이를 기초로 한 예금 토큰 활용도를 키우겠다고도 했다. 이어 그가 국제결제은행(BIS)에서 주도했던 아고라 프로젝트 등 국제협력을 통해 디지털 지급결제 환경에서도 원화의 위상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신 총재는 끝으로 이창용 전 총재가 강조해왔던 '경제 구조개혁'도 이어받아 실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신 총재는 경제구조가 달라지면서 경제현실과 경제주체들 인식 사이 괴리가 커지면 통화정책의 파급경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구조적 요인이 통화정책과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 중요한 일부"라고 전했다.

신 총재는 해당 과제들을 수행하기 위한 한은의 운영 방식 변화도 예고했다. 우선 구성원 개개인 역량이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신 총재는 "조사연구와 정책, 현업과 관리 등 전 부문에 걸쳐 성장의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고 합당한 처우가 뒷받침되도록 조직문화와 내부경영 개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신 총재는 융합적 방식의 조직 개편도 시사했다. 그는 "한은 내 여러 부문이 경계를 허물고 유기적으로 움직이기를 바란다"며 "자신의 영역에 깊은 전문성을 가지면서도 다른 영역에 대한 이해를 넓혀 종합적 시각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신 총재는 조직 내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 확대 필요성도 말했다. 그는 "업무방식 자체의 변화 없이는 의미 있는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데이터 체계, 인력운용, 정보공유 등 조직운영 전반에 걸쳐 개선할 여지가 없는지 찾아나가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신 총재는 이 전 총재 업적 중 하나인 'K-점도표'를 사례로 들며 "우리가 축적해 온 연구와 정책 경험이 BIS,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 논의에서 의미 있는 기여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내외 담론 형성에 적극 참여할 장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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