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피가 콘크리트처럼 굳었어요' 내 머리에서 일어나는 일
파이낸셜뉴스
2026.04.21 15:23
수정 : 2026.04.21 15:23기사원문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수석탈모분과위원장 김진오의 '탈모 탈출'
[파이낸셜뉴스] 탈모 약물 치료를 시작하고 처음 1~2년은 머리카락이 굵어지는 것 같다가 어느 순간 정체기가 찾아온다. 남성 탈모 환자의 절반이 겪는 이 정체기의 범인은 호르몬일까? 의외로 아닐 때가 많다. 모낭 주변이 흉터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섬유화 때문이다.
모발이 자라는 땅, 두피가 딱딱해진다면?
멀쩡하던 두피가 콘크리트처럼 굳는 이유는 무엇일까? 탈모의 주범인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가 모낭을 공격하면서 'TGF-베타'라는 나쁜 단백질을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두피에 흉터를 만들고 콜라겐을 쌓도록 명령을 내리는 주동자다. 상처가 났을 때 딱지가 앉고 흉터가 생기듯, 모낭 주변에 흉터가 겹겹이 쌓이면서 모낭을 꽉 조인다.
굳어버린 땅을 다시 일구는 '두피 리모델링'
두피가 딱딱하게 굳어서 압력이 높아지면, 모낭 세포가 비명을 지른다. 우리 세포에는 압력을 느끼는 센서(PIEZO1)가 있다. 주변의 압박이 심해지면 센서의 판단 하에 모발을 만드는 줄기세포를 스스로 죽게 만든다. 호르몬을 차단해도 머리카락이 올라오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략을 바꿔야 한다. 단순히 먹는 약으로 호르몬만 조절하는 게 아니라, 굳어버린 땅을 다시 일구는 두피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마이크로니들링이다. 아주 미세한 바늘로 두피에 자극을 주어 딱딱해진 콜라겐 덩어리들을 깨뜨리고, 그 틈으로 약물이 잘 스며들게 길을 내주는 것. 굳은 땅을 갈아 공기를 통하게 하고 물길을 내주는 것과 비슷하다. 여기에 모낭 주사 등의 재생 치료를 더하면 금상첨화다. 죽어가는 줄기세포를 다시 깨우는 비료 역할을 한다.
두피가 완전히 유리판처럼 매끈해지고 딱딱해지기 전에, 이 섬유화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 거울을 보고 두피를 손가락으로 밀어보자. 이마 피부처럼 잘 밀리지 않고 팽팽하다면 모낭 주위 조직이 섬유화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탈모 약의 효과가 주춤할 때, 막연히 기다리는 것보다는 굳어버린 땅을 다시 비옥하게 만드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멈췄던 모발이 다시 성장한다. 모낭이 다시 숨 쉴 수 있도록, 그 콘크리트 장벽을 깨뜨리는 것부터 시작이다.
편집자주: 김진오 원장은 MBC <나혼자산다>를 비롯해 EBS <평생학교> MBN <특집다큐H> 유튜브 채널 <모아시스> 등 다양한 콘텐츠에 출연하는 것은 기본, 대한성형외과의사회와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등 다양한 학회에서 활동하고 논문과 저서를 집필하며 탈모를 파헤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앞으로 김진오 원장이 파이낸셜뉴스와 칼럼을 연재합니다. '모발의 신' 김진오 원장의 탈모의 A to Z를 기대해 주세요.
kind@fnnews.com 김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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