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범죄 못잖게 잔혹한 형사미성년자… "엄벌" vs "교화"
파이낸셜뉴스
2026.04.21 18:51
수정 : 2026.04.21 19:01기사원문
'촉법소년 연령 하향' 사회적 대화
70년째 '14세 미만'… 개정 모색
이달 말 4차 협의회서 최종안 마련
"행위에 상응하는 처벌로 경각심"
"환경 등 근본적 원인 해결" 팽팽
21일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정부는 촉법소년 제도 정비를 위해 사회적 대화 협의체를 구성하고,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촉법소년은 형사 책임 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돼 형사처벌 대신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받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청소년을 말한다. 1953년 마련된 현행 촉법소년 기준은 약 70년째 유지되고 있다.
이후 2022년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연령 하향 내용을 포함한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같은 해 정부안으로 소년법,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되면서 논의도 흐지부지됐다. 그러다 지난 2월 말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성평등부 장관에게 두 달 안에 숙의 토론을 거쳐 촉법소년 연령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하면서 관련 논의는 재점화됐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둘러싼 찬반 의견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찬성 측은 촉법소년 범죄가 증가한 데다 죄질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경찰청에 따르면 촉법소년 검거 인원은 2021년 1만1677명에서 지난해 2만1095명으로 4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강간·추행 등 강력범죄 검거 인원도 86% 증가했다.
직장인 권모씨(35)는 "예전과 달리 인공지능(AI)이나 각종 미디어를 통해 범행 수법을 쉽게 익힐 수 있는 환경이 됐다"며 "실제 촉법소년 범죄를 보면 수법도 잔인해진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오랜 기간 유지된 기준을 시대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모씨(31)는 "범죄를 줄이기 위해선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을 통해 경각심을 갖게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제도를 시행한 뒤 검증을 해볼 필요는 있지만 14세 미만 학생들의 범죄가 자꾸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우리나라 촉법소년 연령 기준이 국제적으로도 높은 만큼 연령 하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 측은 형사미성년자의 경우 자신의 행위를 통제하거나 의사결정 능력이 아직 성숙하지 않은 만큼 처벌보다 교화와 보호의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이 범죄에 이르지 않도록 사회적 환경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모씨(28)는 "정서적·인지적으로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형사미성년자들은 순간적인 충동이나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잘못을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에게 성인과 비슷한 처벌 논리를 적용하면 다시 사회로 복귀할 기회마저 박탈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박모씨(32)도 "연령을 낮추는 것보다 촉법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환경이나 선도 방법을 마련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보호처분은 1호부터 10호까지 있지만 위탁시설과 의료기관, 선도 프로그램 등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 제도가 유명무실한 측면이 있다"며 "우리 사회가 형사미성년자를 교정·선도할 수 있는 환경 개선 없이 연령만 낮추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현재 성평등부를 중심으로 법무부·교육부·보건복지부·경찰청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협의체는 이와 같이 엇갈리는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협의체는 이를 토대로 오는 30일 열리는 4차 전체 회의에서 최종 권고안을 마련한 뒤 국무회의에 보고할 방침이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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