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속 형사사건 공판기일 지정 하세월.. "결국 피해는 국민의 몫" 우려가 현실로

파이낸셜뉴스       2026.04.21 18:51   수정 : 2026.04.21 18:50기사원문
수사·재판 연쇄적으로 지연

"검찰에 사건이 넘어간 지 7개월째인데, 확인 전화를 한 뒤에야 인력이 없다며 뒤늦게 보완수사를 지시하더군요. 결국 사건이 경찰과 검찰 사이에서 겉돌며 시간만 흐르고 있습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A씨)

"불구속 형사 사건이 굉장히 많은데 공판기일이 3~4개월에 한 번 잡히고 있어 진행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법원이 사실상 마비 상태라고 봐야할 것 같아요"(서울중앙지법 관계자)

특검 정국이 법조계를 장악하면서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의 두 축인 검찰과 법원이 한꺼번에 기능 불능 상태에 빠졌다.

검사들이 여러 개의 특검에 대거 차출되며 민생 사건 수사가 동력을 잃고, 법원 역시 특검 전담 재판부 운영으로 배당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수사·재판 지연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특검(내란·김건희·채상병)과 상설특검, 종합특검 등에 파견된 검사 인력은 약 70명에 달한다. 전국 일선 검찰청의 정예 인력이 특검의 수사와 공소유지에 집중 투입되면서 남은 검사들은 말 그대로 '업무 과부하' 상태에 놓였다.

특히 오는 10월 검찰청 해체를 앞두고 인력 이탈의 이중고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사직 인원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규모가 작은 지원청 소속 검사들까지 특검에 동원되는 사례가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사 한 명당 배당된 사건이 통제 범위를 넘어섰다"며 "담당 검사가 특검으로 차출되면서 의뢰인이 몇 개월째 기초 조사조차 받지 못하는 민생 사건이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사정은 법원도 마찬가지다.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법은 산적한 특검 재판을 모두 감당하며 심각한 적체 현상을 겪고 있다. 법원은 특검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일반 사건보다 5배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고 전담재판부를 운영 중이지만, 이는 도리어 일반 형사 사건의 재판 기일을 뒤로 밀어내는 결과를 초래했다.

실제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형사합의부 1심 평균 처리 기간은 2013년 158.1일에서 2024년 191.5일로 급증했다. 여기에 지난해 특검 사건까지 크게 늘며 재판부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법조계는 호소한다.


수사와 재판이 연쇄적으로 늦어지면서 실질적인 피해는 국민의 몫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형사 판결이 선행돼야 진행할 수 있는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적 피해 회복 절차까지 줄줄이 제동이 걸리는 상황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내 사건이 기소될지 불기소될지조차 결정되지 않으니 의뢰인들의 고통이 극에 달해 있다"며 "결국 특검 정국에서 발생하는 사법 공백의 비용을 국민들이 전가받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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