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초등학생도, 세월호 아이들도'… 금산간디학교, 전쟁의 봄에 '평화'를 묻다
파이낸셜뉴스
2026.04.21 18:55
수정 : 2026.04.21 18:55기사원문
미·이스라엘-이란 전쟁 속 세월호 12주기
[파이낸셜뉴스] '기억하는 것을 넘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란의 한 초등학교가 공습으로 불탄 그 봄, 충남 금산의 중학생들이 세월호 12주기를 맞아 전혀 다른 방식의 추모를 택했다.
학교 측은 "단순한 추모 기념행사가 아닌, 인권·전쟁·기후위기 등 지금 세계가 겪고 있는 고통에 공명하는 성찰 프로그램으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세월호와 테헤란을 잇다
올해 평화주간이 예년과 달랐던 건 시선의 범위였다. 학생들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동시에, 지구 반대편 전쟁터에서 스러져간 생명들을 함께 떠올렸다. 세월호의 기억과 중동의 현재가 '아이들의 죽음'이라는 공통된 언어로 맞닿은 것이다.
로비에 마련된 '리본 나무' 전시에 추모 리본을 접어 달고 추모 글을 쓴 학생들은, 저녁에 세월호 영상 '세월호 참사 12주년, 기억과 책임에 대하여'를 함께 시청하고 소감을 나눴다. 추모곡 '천 개의 바람' 제창이 이어졌다.
야외에서는 서로의 어깨를 잡고 함께 걷고 달리는 '평화 걷기'를 진행했다. 연대를 몸으로 익히는 시간이었다.
■다섯 가지 약속
4일간의 여정 끝에 학생과 교사들은 함께 걷고 사색하며 만들어낸 '평화 선언문'을 낭독했다. △연대의 마음으로 타인의 평화를 소중히 여기고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을 수단으로 삼지 않으며 △힘들 때는 쉬어갈 줄 알고 △존중의 언어를 쓰며 △오늘 시작한 평화의 실천을 멈추지 않겠다는 다섯 가지 약속이다.
학생들은 "갈등 앞에서 상대를 먼저 존중하고, 나의 욕망이 타인과 자연에 바람직한지 끊임없이 질문하며, 일상의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교실을 넘어, 삶의 현장에서"
이범희 교장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스스로 삶의 방향을 질문하는 경험이야말로 교육의 본질"이라며, "평화주간의 다짐이 교실을 넘어 삶의 현장에서 실천되는 힘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평화주간은 끝났지만 학생들의 평화는 이제 시작"이라며, "서로에게 건넨 온기와 다짐이 지역을 넘어 세계로 확장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세월호의 봄과 전쟁의 봄이 겹친 2026년 4월, 금산의 중학생들은 추모가 과거에 머무는 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태도라는 것을 몸으로 배웠다.
한편, 금산간디중학교는 2008년 개교한 전일제 대안 중학교로, 시험 대신 프로젝트·발표 중심 평가를 실시하며 필리핀 이동학습, 울릉도·독도 탐방 등 현장 중심 교육을 운영한다. 2027년 신입생 모집 설명회를 오는 5월 말 성남 판교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