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重필리핀, VLCC 등 중대형 탱커선도 만든다-LS證
파이낸셜뉴스
2026.04.24 05:59
수정 : 2026.04.24 05:59기사원문
115K P/C 2027년 2월 첫 인도
2030년 최대 12척 건조...연 1조 이상 매출 목표
HD한국조선해양, 중국 침투 어려운 시장서 해외 야드로 포지션 확보
[파이낸셜뉴스] HD현대그룹이 필리핀 수빅(Subic)만에서 재가동에 들어간 HD현대중공업 필리핀조선소(HHIP)를 '중대형 탱커 전진기지'로 키운다. 기존 주력인 11만5000DWT급 PC선(제품운반선)을 기반으로, 향후 VLCC(초대형원유운반선)까지 선종을 확장해 동남아 권역에서 중대형 탱커 건조의 한 축을 맡기겠다는 구상이다. LS증권은 HHIP가 2030년 최대 연 10~12척 건조 체제를 목표로 하며, 이 경우 연 매출 1조원 이상을 겨냥할 수 있다고 봤다.
탱커 중심 생산영토 넓힌다
LS증권에 따르면 HHIP는 옛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를 재가동한 거점이다. 6도크 단일 체제에 600t급 골리앗 크레인 2기를 보유했다. 도크 규모는 550m × 135m다. 115K P/C와 300K급 VLCC의 병렬 건조까지 시야에 둔 설비 폭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핵심은 '블록 대형화'다. LS증권은 동일하게 115K P/C를 건조할 때 베트남 HVS가 평균 197톤 블록 78개를 탑재하는 반면, HHIP는 평균 327t 블록 47개만 탑재해 탑재 횟수 자체를 줄일 수 있다고 짚었다. 넓은 도크 폭과 크레인 용량이 결합하면서, 공정 효율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릴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선행의장 옥내화율(현대삼호 대비 2배 수준)과 이동식 쉘터 등으로 우기·태풍 등 열대기후 리스크 방어도 강화했다는 평가다.
HHIP는 2027년 2월 1호선 인도를 목표로 주요 공정을 앞당기고 있다. S/C(스틸 커팅) 2개월, K/L(킬 레잉) 1개월 등 선행 공정이 조기에 마무리되며 안정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게 LS증권의 진단이다. 수주잔고는 현재 115K P/C 13척이다. 이는 2027~2028년 건조 계획을 뒷받침하는 물량이다. "PC선 중심으로 시작해 VLCC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로드맵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으로 꼽힌다.
LS증권은 HHIP의 건조 로드맵을 △2024년 10월 시작된 야드 복구(2025년 완료) △2026년 조립 생산량 확대 및 도크 건조 개시 △2027년 의장 생산성 확대 △2028년 10척 체제로 전환 시도 등 4단계로 제시했다.
HHIP의 전략적 의미는 '동남아 생산거점' 그 이상이다. LS증권은 HD한국조선해양의 해외 확장을 중국과의 직접 가격경쟁 회피로 요약했다. 중국 조선소가 침투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해외 야드를 통해 입지를 만들고, 국내에서 엔진·핵심 기자재·설계/엔지니어링을 쥐면서 해외에서 건조하는 방식으로 밸류체인을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LS증권 HD한국조선해양이 해외 투자 대상에 대해 '화이트 스페이스(공백 시장)'이면서 일정 수준 내수물량이 기대되는 국가를 중심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도(2036년까지 국영기업 중심 신조 발주 전망)와 미국(해양안보 정책 기반 수요) 등을 예시로 들며, HHIP 역시 SEA Belt(동남아 벨트) 내 중대형 탱커 축을 맡는 퍼즐로 자리매김했다.
인력 과다·선종 과다 다각화 실패 교훈에서 출발
HHIP를 바라보는 또 다른 키워드는 '사람을 줄이고 공정을 세운다'는 점이다. KB증권은 HHIP가 과거 한진중공업 체제에서 드러난 인력 과다·선종 과다 다각화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레이아웃·물류 흐름 최적화와 일부 병목 공정 로봇 투입을 병행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KB증권은 한진중공업이 과거 연 10척 건조를 염두에 두고 1만8000명 수준의 인력을 설정했던 반면, HHIP는 2030년 연 10척 체제에서 5500명 운용을 계획하고 있다고 짚었다. 선종도 당분간 115K P/C에 집중한 뒤 중장기적으로 VLCC로 확대하는 '점진적 확장'이 핵심이다. '여러 선종을 한꺼번에 잡아 공정이 흔들리는' 과거 전철을 피하겠다는 것이다.
LS증권은 HHIP의 역할을 중대형 탱커 건조 거점에 더해, 필리핀 정부의 국방력 강화 기조와 맞물린 방산·군수지원, 그리고 미국을 포함한 태평양 권역 MRO(유지·보수·정비) 수요 대응 가능성까지 확장해 바라봤다. 생산기지로서의 효율과 별개로, 지정학·정책 수요가 얹히는 순간 HHIP의 사업 레이어가 두꺼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HHIP는 '해외 야드 1곳 추가'가 아니라, 중국이 강한 구간을 피해(혹은 중국이 침투하기 어려운 시장을 골라) 해외에서 생산 볼륨을 확보하고, 국내는 고부가·핵심기자재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HD한국조선해양식 재편 전략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며 "PC선으로 출발한 수빅이 VLCC로 올라서는 순간, 동남아 탱커 시장 판도는 물론 HD현대의 글로벌 생산지도도 함께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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