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삼성항공 터에서 KF-21 양산까지..한국 항공우주의 심장이 뛴다
파이낸셜뉴스
2026.04.24 06:59
수정 : 2026.04.24 06:59기사원문
KF-21·FA-50 듀얼라인으로 생산 극대화
중대형부터 초소형까지 민간 최대 위성 양산 인프라 구축
국산헬기 월 3대 생산목표 달성 위해 총력전...메인기어박스 국산화
【사천(경남=강구귀 기자】 "여기가 원래 삼성항공이 있었던 곳입니다."
지난 16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동. 입사 32년 차 윤종혁 고정익 생산관리팀 부장의 첫마디부터 한국 항공산업의 시작을 알 수 있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삼성항공·대우중공업·현대우주항공의 통폐합이 단행됐고, 중복투자를 걷어낸 그 결단이 오늘날 KAI의 토대가 됐다.
KF-21는 수직 조립...작업 효율·정밀도 두마리 토끼
KF-21 양산의 심장부인 고정익동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수직 조립이다. KF-21 동체를 90도로 세운 뒤 중앙동체에 주익을 결합한다. 작업 효율과 정밀도를 동시에 잡기 위한 혁신 공법이다. 한편에서는 FASS(동체자동조립시스템) 장비가 전방·중앙·후방 동체를 레이저로 위치를 잡아 정밀 조립하고 있었다. 그는 "예전에는 사람 손으로 했지만, 이제 설정만 해놓으면 장비가 알아서 따라 움직인다"며 "이제는 레이저로 정확한 위치를 잡아 조립한다"고 밝혔다.
KF-21의 복잡성은 전선 길이에서도 나타난다. KF-21 한 대에 들어가는 와이어 길이만 40㎞다. 이 와이어는 KF-21에 들어가는 모든 전자장비를 연결하는 방대한 네트워크 역할을 한다.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공장 공간의 혁신도 있었다. 고정익동에는 가로 120m, 세로 180m, 기둥이 단 하나도 없었다. 그는 "기둥이 없어야 생산 라인 레이아웃을 유연하게 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공간에서는 KF-21과 말레이시아 수출형 FA-50이 듀얼라인으로 동시에 생산되고 있었다. 고가 가공장비는 투자비 회수를 위해 2교대 16시간 체제로 돌린다.
다만 항공기 제작의 본질은 여전히 사람이다. 윤 부장은 "저 끝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 1년이 걸린다. 전부 수작업이고, 고급 인력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KAI의 생산에는 45개 협력업체가 전체 물량의 70%를 담당하며, 엄격한 생산 승인 절차를 통과해야만 업체 등록이 가능하다.
고정익동 로비에서 본 기본훈련기 KT-1은 국산 항공기 최초로 수출에 성공한 모델이다. T-50 계열은 KT-1의 기술 자신감을 전투기 영역까지 끌어올린 플랫폼이다. 그는 "T(트레이닝)-50에서 TA-50, FA-50으로 발전했다. A는 어택, F는 파이터"라며 계보를 짚었다. 특히 폴란드·말레이시아 수출형에는 AESA 레이더와 공중급유 기능이 추가됐다. 수출할 때마다 성능이 업그레이드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KF-21은 T-50보다 기체가 1.5배 이상 크고, 처음부터 전투기로 설계됐기 때문에 무장 능력이 차원이 다르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수리온 전력화 완료..파생형으로 연착륙
고정익동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2019년 준공된 회전익동(155m 조립라인)에서는 수리온 기반 파생형 헬기들이 조립 중이었다.
한상화 회전익생산관리팀 부장은 "수리온 기본형은 4차 양산에 걸쳐 2024년까지 전력화를 끝냈다. 군용 파생헬기인 상륙기동헬기(마린온) 30여대 안팎을 전력화에 성공했다. 관용 파생헬기인 경찰 14대, 해경 10대, 산림 8대, 소방 10대를 수주했다. 현재 해양경찰헬기, 경찰헬기, 산림헬기, 소방헬기 등 관용 파생형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국산헬기 월 3대 생산 달성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KAI가 납품한 수리온 기본형은 210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제기를 넘어 핵심 성과는 메인기어박스(MGB)와 같은 핵심 부품의 국산화다. 그간 에어버스 헬리콥터에서 전량 수입하던 부품을 자체 개발해 2028년까지 출력 27% 향상, 최대 이륙중량 15% 향상, 창정비 주기 및 수명 100% 향상을 위한 시험 단계에 있다.
같은 사천공장 내 우주센터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이다. 김석수 우주사업개발부장은 "2023년 5월 국방과학연구소와 초소형위성체계 SAR(합성개구레이다) 검증위성 개발 계약을 체결하며 위성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며 "30년 이상 쌓아온 위성 헤리티지 기반으로 초소형위성 양산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이 위성은 구름·야간에도 24시간 전천후 관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9월부터 150㎏급 초소형 영상레이더 위성 40기 양산 공모가 나올 것으로 전해졌다.
KAI 우주센터는 국내 민간 기업 중 유일하게 위성 설계부터 구성품 제작, 조립, 환경시험까지 원스톱 처리가 가능한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중대형위성 기준 연 6~8대, 초소형위성 기준으로는 연 100대 이상 생산 가능하다.
앞서 KAI는 1990년대 '송골매'라는 무인기를 개발, 2000년대 초중반 육군에 납품한 바 있다. 드론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이다. 송골매는 전력화된 무인항공기로 전선지역 및 접적해역에서 적 활동을 감시하는 군의 핵심 감시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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