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히트펌프 보급 문턱 낮춘다… 태양광 설치 의무 완화·공동시설 확대 건의
파이낸셜뉴스
2026.04.23 08:40
수정 : 2026.04.23 08:40기사원문
도, 기후부에 지원대상 완화 건의 추진
계통 막혀 태양광 못 다는 지역 현실 반영
난방비 부담 덜고 에너지복지 넓힌다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주택용 히트펌프 보급사업의 신청 문턱을 낮추고 지원 대상을 마을공동이용시설까지 넓혀 달라고 정부에 건의한다. 태양광 설비가 있어야만 신청할 수 있는 현행 기준이 제주 현장 여건과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히트펌프 보급사업의 신청 자격 완화와 지원 대상 확대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제주도가 손질을 요구하는 지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태양광 설비 설치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마을회관과 경로당 같은 마을공동이용시설도 지원 대상에 넣어 달라는 요청이다.
이번 건의는 지난 4월 1일부터 시행된 주택용 히트펌프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맞물려 나왔다. 그간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부담을 덜기 위해 태양광 설비 설치가 사실상 전제 조건처럼 붙어 있었다. 그러나 제도 개편 뒤에는 주택용 누진제와 분리된 일반용 요금 선택이 가능해지면서 태양광 설치를 신청 조건으로 둘 이유가 약해졌다는 게 제주도의 판단이다.
다시 말해 지금은 히트펌프를 쓰는 집이 전기요금 체계에서 별도 선택을 할 수 있게 된 만큼 굳이 태양광을 먼저 달아야만 지원받게 하는 기준이 예전만큼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논리다.
제주가 이런 문제를 더 강하게 제기하는 배경에는 전력 계통 사정도 깔려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히트펌프 보급사업 참여를 위해 태양광 설비를 달고 싶어도 한국전력 변압기와 배전선로 여유 용량이 부족해 상계거래 방식의 계통 연계가 불가능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상계거래는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 가운데 집에서 쓰고 남은 전력을 한전에 보내 판매하거나 사용량에서 차감받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방식이 막히면 생산 전기를 외부로 넘기지 못하고 집 안에서만 쓰는 단순병렬 방식으로 가야 한다. 태양광 설비를 달아도 경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지금 구조에서는 태양광을 달고 싶어도 못 다는 주민이 히트펌프 지원에서도 밀릴 수 있다. 제주도가 "태양광 설치 여부와 무관하게 신청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업 취지가 탄소중립과 난방비 절감이라면 접속 여건이 나쁜 지역 주민까지 배제하는 기준은 다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마을공동이용시설 확대 요구도 같은 흐름이다. 마을회관과 경로당은 냉난방 수요가 꾸준한 곳이다. 지원 대상이 주택에만 묶여 있으면 주민 다수가 함께 쓰는 공간은 친환경 난방 전환 기회를 놓치게 된다. 건의가 받아들여지면 개인 주택뿐 아니라 마을 단위 에너지복지 효과까지 넓힐 수 있다.
제주도는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태양광 설치 제약이 있는 지역 주민의 사업 참여가 쉬워지고 공동시설까지 혜택이 퍼져 에너지복지 수혜 범위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히트펌프 보급을 넓히면 난방 전환에 따른 전력 수요 기반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남진 제주도 혁신산업국장은 "히트펌프 보급은 난방비 절감과 탄소중립을 함께 겨냥한 정책"이라며 "태양광 설치가 어려운 지역까지 혜택이 닿도록 제도 개선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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