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창시자는 이미 세상 떠난 두 사람"… 美 다큐 '사토시 듀오설' 제기
파이낸셜뉴스
2026.04.23 09:53
수정 : 2026.04.23 09:5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를 두고 벌어진 18년 묵은 수수께끼에 새 가설이 등장했다. 사토시는 한 사람의 가명이 아니라 이미 세상을 떠난 두 암호학자가 공유해 쓴 이름이라는 주장이다.
피니는 PGP 암호화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하고 2009년 1월 사토시로부터 10BTC를 송금받은 비트코인 최초의 거래 수신자로, 사사만은 익명 이메일 전송 시스템 '믹스마스터(Mixmaster)'의 핵심 관리자로 이름을 알린 암호학자다. 두 사람 모두 사이퍼펑크(암호 기술로 개인 프라이버시를 지키자는 1990년대 사회·기술 운동) 운동의 중심 인물로 꼽힌다.
다큐는 뉴욕타임스(NYT) 베스트셀러 작가 윌리엄 D. 코한과 사설 조사업체 퀘스트 리서치 앤 인베스티게이션스(QRI) 공동 창립자인 타일러 마로니가 4년에 걸쳐 사토시의 정체를 추적한 결과물이다. 제작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두 사람이 손을 맞춰 비트코인을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터커 툴리와 매슈 밀리가 공동 연출했다.
제작진은 사토시 후보군 6명 중 기술적 역량과 온라인 활동 흔적, 주변 인물 증언 등을 교차 검증해 할 피니와 렌 사사만 두 명으로 압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근거는 활동 시간대였다. 초기 비트코인 채굴 데이터를 분석한 데이터 과학자 앨리사 블랙번은 사토시가 주로 미국 서부시간(PST) 기준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 사이 활동했으며, 후보군 가운데 이 패턴과 일치하는 인물은 피니와 사사만뿐이었다고 밝혔다.
기술적 역할 분담도 제시됐다. 피니가 C++ 기반 코드 구현을 맡고, 사사만이 백서와 게시글 등 언어 작업을 담당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추론이다. 다만 제작진은 두 유족 모두 사토시 명의 비트코인 지갑의 개인키에 접근할 권한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피니와 사사만 모두 이미 고인이라는 점은 가설의 강력한 정황인 동시에 검증의 한계이기도 하다. 피니는 2014년 루게릭병(ALS) 합병증으로, 사사만은 2011년 사토시가 공개 활동을 중단한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코한은 WSJ 인터뷰에서 "사토시가 사망했다는 결론에서 큰 안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이 재산(10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토시 소유 비트코인)이 지금껏 단 한 번도 움직이지 않은 점이 설명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주장은 앞서 NYT가 내놓은 보도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NYT는 지난 8일 언어 분석을 근거로 블록스트림 최고경영자(CEO) 애덤 백(55)을 유력 후보로 지목하는 1만 단어 분량의 탐사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취재는 테라노스 사건 특종으로 유명한 존 캐리루 기자가 18개월간 맡았다.
백은 비트코인 채굴의 근간이 된 '해시캐시(Hashcash)' 작업증명 시스템을 1997년에 고안한 인물로, 사토시 후보군에서 오랫동안 거론돼 왔다. 그는 NYT 보도 직후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다. 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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