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진 뒤 수습은 늦다"… 학교 위기학생 5만 명, '골든타임' 놓치는 사후 처방
파이낸셜뉴스
2026.04.23 12:00
수정 : 2026.04.23 12:00기사원문
KEDI '위기 경로 분석' 발표
학업 위기 고수준 유지 확률 53.3%
객관적 성적보다 '수업 이해도'가 관건
"조기 탐지 체계로 패러다임 바꿔야"
[파이낸셜뉴스]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떠나는 학생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24년 기준 초·중·고 학업중단 학생 수는 약 5만명에 달하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기초학력 미달과 우울·불안 등 심리적 위기 징후는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23일 발표한 'KEDI Brief 5호'를 통해 현재의 사후 처방 중심 지원 정책을 '조기 개입'으로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5만 명 선 유지하는 학업중단… 위기는 '눈덩이'처럼 누적
실제로 교육 현장의 위기는 통계로도 증명된다. 학업중단 학생 수는 2021년 4만2755명에서 2022년 5만2981명으로 급증한 이후, 2023년에도 5만2971명을 기록하며 5만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고등학생의 경우 진로 및 학업 부적응 등의 사유로 공교육을 이탈하는 비율이 학교급 중 가장 높게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KEDI 이승주 부연구위원 연구팀이 한국교육종단연구(KELS 2013)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학생의 위기는 시간에 따라 누적되고 강화되는 강력한 특성을 보였다. 데이터에 따르면 학업적 위기 수준이 높은 학생이 1년 후에도 여전히 고수준에 머무를 확률은 53.3%에 달했다. 심리·정서적 위기의 경우, 위기 수준이 낮았던 학생이 '중수준'으로 악화될 확률이 29.0%로 나타나 다른 영역보다 악화 속도가 빨랐으며, 행동적 위기 역시 고수준 유지 확률이 42.9%로 나타나 위기가 고착화될 위험이 큼을 시사했다.
■ "수업 몰라서" 생기는 복합 위기, '사전 탐지'로 정책 재설계해야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위기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핵심 지표다. 분석 결과, 객관적인 '학업 성취도(성적)'보다 학생 스스로 느끼는 '수업 이해도'가 위기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승주 부연구위원은 "실제 시험 점수보다 스스로 수업을 어느 정도 따라가고 있다고 느끼는 주관적 인식이 중요하다"며 "성적이 낮아도 수업 내용을 이해하고 있다고 느끼는 학생은 위기 상황에서도 어느 정도 버틸 힘이 있지만, 성적이 중간이더라도 교실에서 소외감을 느끼며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인식하는 학생은 무기력과 불안에 빠질 위험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과거의 위기가 학업 부진이나 문제 행동 등 단일한 형태로 나타났다면, 최근에는 심리적 불안, 무기력, 또래 관계 문제 등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복합적 위기' 양상이 뚜렷하다. 낮은 수업 이해도가 트리거가 되어 심리·정서 및 행동적 위기로 전이되고, 이것이 다시 학업 포기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다.
가정 환경의 경우, 고소득층에서도 위기 수준이 누적적으로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되어 전방위적 모니터링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 '사후 수습'에서 '사전 탐지'로 정책 재설계 시급
이에 따라 보고서는 현재의 위기 학생 지원 정책이 학업중단숙려제 등 '이미 문제가 표면화된 뒤'의 대응에 치중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변화의 징후가 감지되는 초기 시점부터 정책이 작동하는 '조기 탐지 체계'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이를 위한 과제로 △출결과 성적 등 데이터를 통합한 '다영역 진단 체계' 구축 △표면화되지 않은 위기를 찾아낼 심리 검사 고도화 △부모-교사-지역사회를 잇는 '다층적 지원 체계' 강화를 제안했다.
이승주 부연구위원은 "위기 대응은 단기 처방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심리·정서적 요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어려움이 결합된 위기 학생의 특성을 고려해, 조기 발견과 신속 개입이 연속적으로 작동하는 통합 지원 시스템으로 학교 현장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