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투자 발목 잡는 인허가…원스톱 전환해야"
파이낸셜뉴스
2026.04.23 16:02
수정 : 2026.04.23 16:09기사원문
'AI 인프라 투자 확대를 위한 제도 방향' 패널토론
[파이낸셜뉴스] 국내 인공지능(AI) 인프라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금융 규제 완화와 행정 절차 혁신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특히 기술 발전 속도와 인프라 구축 속도 사이의 구조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시스템 설계'가 토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AI 인프라는 국가 핵심 자산…금융이 뒷받침해야
좌장을 맡은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과 AI 인프라 투자의 연결 고리를 묻는 것으로 토론의 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최경진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가천대 교수)은 "AI 3대 강국(G3)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컴퓨팅파워, 전력, 인력 등 인프라 차원에서 해외 종속이 없어야 한다"면서 "이는 특정 기업의 이슈가 아니라 대규모 중장기 자본을 공급할 수 있는 금융의 역할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KDI) 글로벌지식협력센터 팀장은 기술과 인프라 사이의 '속도 격차'를 지목했다. 김 팀장은 "AI 훈련량은 연평균 4.3배씩 증가하는데 데이터센터 기획부터 전력망 확충까지는 최대 7년이 소요된다"며 "이제 데이터센터는 부동산 인프라가 아니라 전력을 연산으로 전환하는 공장이자 철도·도로와 같은 국가 기간 시설로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투자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한 박동혁 한화자산운용 인프라플랫폼투자그룹장은 '디지털 내셔널리즘'을 언급했다. 박 그룹장은 "미국이 엔비디아의 중국향 수출을 제한하는 사례에서 보듯 AI 인프라는 이제 국가 안보 자산"이라며 "과거 도로·철도 중심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이제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벨류체인이 결합한 첨단 인프라 투자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파편화된 규제·인허가 지연…원스톱 행정 필요
패널들은 구체적인 제도 개선과 관련, 현행 인허가 체계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김동영 팀장은 "건축, 환경, 전력 등 인허가 절차가 직렬구조로 돼있어 고리 하나만 끊겨도 전체가 멈춘다"며 "일정 기간 승인이 없으면 자동 승인된 것으로 간주하는 타임아웃제와 행정 절차를 병렬 처리하는 원스톱 창구 도입이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과거 경부고속도로처럼 국가가 먼저 부지를 지정하고 전력망을 까는 '선투자 모델'의 필요성도 덧붙였다.
박 그룹장은 "인허가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은 금융 비용을 늘려 사업이 난항에 빠지게 한다"면서도 "다만 무분별한 완화보다는 자본력이 취약한 디벨로퍼 난립을 막기 위해 중앙정부가 싱가포르 사례처럼 일관된 기준을 가지고 수급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산분리 완화와 위험가중치 조정 등 금융 시스템 개편에 대한 견해도 나왔다. 최 학회장은 "대규모 장기 투자가 필요한 AI 컴퓨팅 센터 분야에서 은행 중심의 대출 규제는 한계가 있다"며 "금산분리 규제를 제한적으로라도 완화해 금융 자본이 '고위험·고수익' 분야로 원활히 흘러가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회사 건전성 규제에 대한 보완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 팀장은 "현재 데이터센터 투자가 부동산이나 대체 투자로 분류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 가중치를 적용받고 있는데, 이는 장기 계약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AI 인프라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자산 재분류와 위험값 재조정 등을 통해 장기 자본의 유입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패널들은 금융기관 내부 핵심성과지표(KPI)를 단기 수익 중심에서 중장기 전략 중심으로 조정하고, 정책 금융의 참여와 함께 자금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는 감독 체계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특히 김 팀장은 "인허가 지연, 수익률 하락, KPI 불리, 투자 위축, 인허가 개선 동력 상실 등의 악순환을 개별 규제 손질만으로 끊을 수 없다"며 "시스템 전체를 동시다발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