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 "18일 파업시 18조 공백"...주주들 "무도한 요구에 재산피해"
파이낸셜뉴스
2026.04.23 16:48
수정 : 2026.04.23 16:48기사원문
삼성전자 주주들 "호황 사이클 속 공장 멈추면 주주 피해"
노조원 4만명 결집..."투쟁 수위 격상, 5월 21일 총파업 공식화"
【평택(경기)=정원일 기자】대한민국 반도체 초호황을 이끄는 삼성전자가 성과급을 둘러싼 내홍으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노조는 SK하이닉스처럼 성과급 상한 폐지를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에 나섰고, 변화가 없을 경우 내달 총파업 돌입을 경고했다. 파업 현실화 시 생산 차질과 함께 약 18조원 규모 손실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주주들도 "500만 삼성전자 주주가 소외되고 있다"며 맞불 집회에 나서며 노사 갈등이 회사 안팎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23일 오전 10시 30분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캠퍼스 인근에서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비판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같은 날 오후 노조가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라"며 4만명의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자 맞불 집회를 연 것이다.
이날 모인 주주들은 노조의 파업 움직임이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삼성전자 노조가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에 견줄 만큼 세력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견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고 지적했다.
집회 주최자인 민경권(79)씨는 "반도체 공장의 지분을 갖고 있는 사람은 주주들이지, 직원들이 아니다"라며 "반도체 호황 사이클에서 공장을 멈추면, 주주들의 재산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이에 대응하는 맞대응 시위를 전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에는 차화열 국민의힘 평택시장 후보의 모습도 포착됐다. 차 후보는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은 단순 기업 시설이 아니라 평택시 미래와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핵심축"이라며 "방식이 지역 공동체를 희생시키는 방향이라면 그것은 권리가 아니라 민폐"라고 꼬집었다.
■노조원 4만명 거리 나왔다..."인재 제일 어디 갔나"
같은 날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대규모 결의대회를 본격화했다. 이들이 핵심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은 성과급의 투명화와 상한 폐지다. 노조원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땀을 훔치며 '투쟁'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삼삼오오 아스팔트 바닥 위에 앉았다. 손에는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 폐지 실현하자"는 문구가 담긴 피켓이 들려있었다. 노골적인 불만도 이곳저곳에서 들렸다. 한 조합원은 "지금 당장 기습적으로 파업하면 되지 왜 5월까지 기다리는지 모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전년도 경제적 부가가치(EVA)의 20%에 해당하는 재원을 바탕으로 개인 연봉의 최대 50% 한도 내에서 성과급을 지급해 왔다. 이를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해서 재원을 투명화하고 최대한도를 없애달라는 것이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300조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45조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이날 "'인재 제일'이라는 말은 어디 갔느냐"며 "반도체 세계 1위를 만들기 위해 생산하고 공정을 개선하고 밤을 새워 수율을 높인 것은 경영진이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조합원"이라고 밝혔다. 4개월 간 200명이 SK하이닉스로 이직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러면서 총파업 시 회사가 막대한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올해 영업이익은 300조원 이상을 하루 약 1조원"이라며 "총파업 기간 18일을 거치면 18조에 가까운 공백이 생기고 이것이 숫자로 보이는 우리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날 결의 대회를 기점으로 투쟁 수위를 격상, '5월21일~6월7일 총파업 투쟁을 한다'는 투쟁지침 2호를 공식화했다.
한편, 노조 측은 이날 집회에 약 4만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직원 12만8881명(지난해 말 기준)의 약 30%에 달하는 규모다. 7만명 수준인 반도체(DS) 부문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수준이기도 하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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