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자연재난 대응체계 읍면동 중심으로 다시 짠다
파이낸셜뉴스
2026.04.23 16:16
수정 : 2026.04.23 16:15기사원문
읍면동장에 주민대피 명령권 부여 취약계층 128명 1대1 대피지원 완료 8년 연속 인명피해 제로 목표 총력전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여름철 호우와 태풍에 대비해 자연재난 대응체계를 현장 중심으로 다시 짰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읍·면·동장에게 주민대피 명령권을 부여한 점이다. 기후변화로 재난이 더 짧고 강하게 닥치는 흐름 속에서 현장에서 먼저 움직이는 체계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제주도는 22일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오영훈 지사 주재로 여름철 자연재난 사전대비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체계를 점검했다. 이번 대책은 여름철 자연재난 대책기간인 5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를 앞두고 마련됐다. 목표는 분명하다. 도민과 관광객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8년 연속 인명피해 제로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현장 대응 권한 강화다. 제주도는 읍·면·동장에게 주민대피 명령권을 새로 부여하기로 했다. 자연재난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위험을 감지하는 쪽은 현장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행정 말단이 아니라 현장 최전선에 있는 책임자에게 즉시 대피 판단 권한을 줘 대응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취약계층 보호망도 촘촘하게 손봤다. 자력 대피가 어려운 고령자와 장애인 등 우선대피 대상자 128명에 대해 공무원과 지역자율방재단으로 구성된 389명의 주민대피지원단이 1대1 매칭을 마쳤다. 재난 때 가장 늦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사람부터 먼저 챙기겠다는 구조다.
인명피해 우려지역 관리 기준도 더 구체화했다. 제주도는 산사태와 하천재해, 지하공간 침수 등 3대 위험 유형에 대해 누적 강우량과 침수심 같은 정량 기준을 마련해 현장 매뉴얼에 반영했다. '위험해 보이면 통제한다'는 감각적 대응이 아니라 수치 기준에 따라 통제와 대피를 더 빨리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유관기관 협업 체계도 함께 가동한다. 소방은 119수난구조팀과 1234대 장비를 100% 가동 상태로 유지하고 자치경찰은 24시간 상황실을 운영해 교통 통제와 시설물 응급 복구를 맡는다. 공항 체류객이 생기면 전세버스와 긴급운송택시봉사단을 투입해 공항 내 대기 시간을 줄이는 방안도 준비했다. 빗물받이 정비와 하천 지장물 제거, 도로·에너지 분야 응급복구반 편성도 병행한다.
이번 대책은 재난 이후 수습보다 위험 징후 단계에서 먼저 움직이겠다는 신호에 가깝다. 제주처럼 도로와 하천, 해안, 관광지 동선이 촘촘히 얽힌 지역에서는 초기 판단이 늦어질수록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읍·면·동 중심 대응 강화와 취약계층 1대1 대피지원은 그 약한 고리를 먼저 보강한 조치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지난해 9월 역대 가장 잦은 비가 내리고 집중호우로 재산 피해가 발생한 만큼 올해는 좁은 지역에 강하게 내리는 집중호우와 태풍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이어 "행정의 힘만으로는 재난에 대응할 수 없으므로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유관기관과 지역자율방재단 등 도민들의 참여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읍·면·동 중심의 현장 대응체계를 강화해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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