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이끈 깜짝 성장, 양극화 극복 체력 길러야

파이낸셜뉴스       2026.04.23 18:33   수정 : 2026.04.23 18:33기사원문
올 1분기 성장률 1.7% 급반등
중동발 실물 충격 적극 대비를

한국 경제가 지난 1·4분기 깜짝 반등에 성공했다. 한국은행은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7%를 기록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이 수치는 지난 2월 전망치 0.9%보다 두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1·4분기 마이너스에서 2·4분기 0%대로 올라선 뒤 3·4분기 1.3%로 나아진 듯했다. 하지만 4·4분기 다시 마이너스로 주저앉았다가 한분기 만에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중동전 악재를 비롯해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지표로 볼 순 있다. 꽁꽁 얼었던 민간 소비가 의류 등 재화를 중심으로 개선된 점도 눈에 띈다. 성장의 견인차는 역시 반도체 수출이었다. 반도체와 정보기술(IT)을 주축으로 한 수출이 급증했고, 반도체 설비투자가 줄을 이었다. 건설투자도 3% 가까이 증가했다.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지난 4·4분기 대비 7.5%나 급증했다. 1988년 1·4분기 이후 최고치다.

나아진 지표를 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특정 업종에 기댄 불균형 산업 구조가 갈수록 고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업의 성장기여도가 55%에 이른다. 반도체를 빼면 1·4분기 성장률이 절반 이상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반도체는 폭증하는 인공지능(AI)발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슈퍼호황기 최대 수혜자가 됐다.

이날 실적 발표를 한 SK하이닉스는 1·4분기 37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400% 넘는 증가세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72%다. 제조업으로 경이로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압도적 수익률로 평가받는 대만의 파운드리업체 TSMC의 지난 1·4분기 영업이익률이 58%였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연속 TSMC의 영업이익률을 제쳤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도 1·4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세계를 압도하는 반도체 '투톱'이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반도체 그다음을 준비하는 것이 한국의 당면과제다. 반도체 착시를 걷어내면 산업 현장은 말할 수 없이 취약하다. 중국의 저가 공습에 한국의 철강, 석화, 정유 등 기존 주력산업들이 줄줄이 벼랑 끝에 몰렸다. 제조업 주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도 연일 울린다. 과감한 구조조정과 혁신으로 옥석을 가려 대반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반도체 초격차를 위해 정부가 전방위로 총력 지원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반도체를 이을 차세대 성장주역 개발을 위해 산학연의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방산, 원전, 바이오, 로봇 등 새로운 성장동력의 토양을 튼튼히 하고 신시장 개척에 민관이 함께 뛰어야 한다.

이익을 내는 기업이 많을수록 세금과 일자리가 증가한다. 기업의 투자의욕을 끌어올릴 다양한 정책을 정부는 고민해야 할 것이다. 사회 위화감을 조성할 정도의 과도한 성과급 요구는 자제돼야 한다. 회사의 이익이 미래 투자에 쓰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업과 근로자에게 득이다. 산업 현장에선 무리한 노조관련 입법으로 갈등을 빚는 곳이 많다. 노란봉투법 등 손봐야 할 법이 한둘이 아니다.
현실에 맞게 후속 조치가 속히 이뤄져야 한다. 중동발 실물충격은 2·4분기 이후 가시화될 것이다. 단단한 각오로 체질개선과 구조개혁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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