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못 치면 팀도 지나요" 53G 출루 마감 오타니, 완벽투 끄집어내린 다저스 불펜의 대참사
파이낸셜뉴스
2026.04.23 19:42
수정 : 2026.04.23 19:42기사원문
추신수 넘자마자 멈춘 출루 시계… 방망이 침묵에 53경기에서 마침표
6이닝 무실점 지우개 피칭… 마운드 내려가자마자 불 지른 다저스 불펜
"다시 1부터 시작하겠다" 대기록 중단에도 흔들림 없는 유니콘의 멘탈
[파이낸셜뉴스] 마치 거대한 산을 넘은 뒤 찾아온 찰나의 후유증, 혹은 '야구'라는 스포츠가 가진 지독한 아이러니일까. 아시아 야구의 전설 추신수(43)를 뛰어넘어 새 역사를 썼던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경이로운 출루 행진이 마침내 '53경기'에서 멈춰 섰다.
더욱 얄궂은 것은 이날 마운드 위에서의 오타니는 그 누구보다 완벽했다는 점이다. 에이스로서 상대를 압도하는 눈부신 피칭을 펼쳤지만, 정작 1번 타자인 자신의 방망이가 침묵하자 팀 타선은 차갑게 식었고, 믿었던 불펜은 거짓말처럼 승리를 날려버렸다.
오타니는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이라는 언터처블 피칭을 선보였다.
하지만 투수 오타니의 호투는 '타자 오타니'의 침묵에 가려 빛을 잃었다. 1번 타자로 4차례 타석에 들어선 오타니는 땅볼 2개, 삼진 1개, 뜬공 1개로 물러나며 단 한 번도 1루 베이스를 밟지 못했다. 지난해 8월 25일부터 무려 8개월에 걸쳐 이어온 출루 시계가 멈추는 순간이었다.
전날 추신수가 가지고 있던 아시아 타자 최장 연속 출루(52경기)를 깨뜨리며 53경기까지 기록을 연장했던 오타니는, 내심 듀크 스나이더가 가진 다저스 구단 최장 기록(58경기)까지 정조준했으나 아쉽게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자신이 출루하지 못하자 다저스 타선 역시 단 한 점도 뽑지 못하는 무기력증에 빠졌다.
비극은 오타니가 마운드를 내려간 직후 찾아왔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아직 4월이라 무리시키고 싶지 않다"며 7회 시작과 함께 오타니를 교체했다. 오타니 본인이 "좋은 페이스라 7회까지 갔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짙은 아쉬움을 표할 정도로 투구 컨디션은 최고조였다. 아니나 다를까, 바뀐 불펜진은 올라오자마자 연속 안타와 홈런을 두들겨 맞으며 순식간에 3점을 헌납했고, 다저스는 그대로 0-3 허무한 영봉패를 당했다.
그럼에도 '초인'의 멘탈은 흔들리지 않았다. 일본 매체들에 따르면 오타니는 대기록 중단에 대해 "아시아 신기록은 영광이지만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다. 이제 다시 1부터 기록을 시작하겠다"며 덤덤하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오늘 시즌이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하루하루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의 말은, 왜 그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인지 증명하는 대목이다.
기록은 멈췄지만, 오타니의 야구는 내일 다시 '1'부터 시작된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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