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무급 알바"…취업난 틈타 '돈 안주는' 스펙 일자리 기승

뉴시스       2026.04.25 09:01   수정 : 2026.04.25 10:41기사원문
고용률 43.6%로 '뚝'…채용문 좁고 경력 선호 부담
스펙 경쟁에 내몰린 청년들…무급 대외활동 확산
지휘·감독이 쟁점…'근로자성' 불명확해 법 사각지대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사진은 지난 2025년 12월 9일 서울 소재 대학교 내 채용공고게시판의 모습. 2026.04.25.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정혜원 인턴기자 = #. 대학생 하모(22)씨는 지난해 한 법무법인의 서포터즈로 활동하며 형사·민사 사건을 소재로 한 홍보 글을 작성했다. 판례를 정리하고 변호사의 주장을 풀어내는 콘텐츠였지만 활동비는 없었다.

그는 "본문에 '민사전문 변호사' 등 특정 키워드를 7회 이상 넣으라는 지시가 있었고, 결국 전문 변호사 선임 필요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글을 쓰게 됐다"며 "사실상 무급 바이럴 마케팅 알바와 다를 바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25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취업난 속 스펙 경쟁에 내몰린 청년들이 경험을 대가로 대외활동에 뛰어드는 사이, 기업이 비용 없이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업무를 맡기는 관행이 굳어지고 있다. 다만 근로자 판단이 애매해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생 장모(21)씨도 민간기관에서 카드뉴스 제작과 행사 기획, 인물 인터뷰 기사 작성 등을 맡았지만 대가는 봉사시간뿐이었다. 장씨는 "이력서나 자소서에 봉사 경험을 적으라는 기업도 있어 봉사시간이라도 받으려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맡는 업무가 단순 체험을 넘어 기업의 실질적 업무를 대체하는 수준에 이르면서, 청년들이 사실상 프리랜서처럼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홍보 콘텐츠 제작과 SNS 운영, 행사 기획·운영 등은 외주를 줄 경우 비용이 발생하는 영역이다.

박성우 노무사는 "구체적인 활동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프리랜서와 유사한 형태로 보인다"며 "기업체의 필요에 의해서 기업체가 지정한 방식대로 일을 해야 한다면 무급으로 업무를 맡기는 것은 위법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17일 서울 마포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청년 구직자가 상담을 받고 있다. 2026.04.25. jini@newsis.com


이 같은 흐름은 악화된 청년 고용 여건 속에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20일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 고용률은 43.6%로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았고, 실업률은 7.6%로 같은 기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쉬었음' 상태의 청년도 66만1000명에 달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실제 노동부가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등을 통해 현장 의견을 수렴한 결과, 청년들은 신규 채용 축소와 경력직 선호 강화로 취업 문턱이 높아진 데 따른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취업 진입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청년들이 경험을 쌓기 위해 무급 대외활동에 내몰리는 상황이지만, 이를 곧바로 위법으로 보긴 어렵다.

핵심은 '근로자성' 인정 여부다. 노동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려면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대가를 받고 일하는 관계가 성립하는 등 여러 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

김광훈 노무사는 "회사가 머리를 잘 쓰면 '공짜 노동'을 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겠지만, 지금 기준으로는 근로라고 단정 지을 수 없어 위법 사항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며 "'위법'이라 얘기하려면 근로자가 먼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포터즈인데 자꾸 뭔가를 시키고 수정 요청을 하고, 권리를 취득하는 형태가 되면 근로자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며 "(근로자성 인정의) 핵심은 지휘와 감독"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생들 역시 취업과 경험을 위해 대외활동이 필요하기에 섣불리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비용이 늘어날 경우 기업들이 대외활동 자체를 줄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씨는 "단순 홍보글을 작성해야 돼서 불만이 있었지만 참여를 하지 않으면 활동 증명서도 못 받을거 같아 따로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경험으로 포장된 청년들의 노동을 '신종 취약 노동'으로 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취업난 속에서 경력을 쌓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청년들을 무급 노동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박 노무사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경력직을 선호하고, 사회초년생 청년들은 경력이 있을 수도 없다 보니 어떤 형식이든 경력을 쌓기 위해 지원을 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의 기준을 법제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 노무사는 "근로자인지, 프리랜서인지를 가르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법제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대표적인 법제화 사례로 미국 캘리포니아 노동법의 'ABC 검증요건'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ABC 검증 요건은 사업체의 지휘 감독 여부와 사업체의 핵심 업무 여부, 사용자와 구별되는 노무제공자의 독립적 시장 형성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사용한다.

그는 "ABC 요건을 하나라도 충족한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간주될 수 있다"며 "법적 기준을 명확히 마련한다면 대외활동을 가장한 무급 노동이나, 이에 관한 분쟁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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