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 안 했으면 어쩔 뻔…" ERA 0.81 올러의 각성, KIA는 이제 제2의 폰세를 걱정해야할 판

파이낸셜뉴스       2026.04.25 09:22   수정 : 2026.04.25 09:22기사원문
24일 롯데전 103구 11K 완봉 역투… 다승·ERA 단독 선두
교체 카드 만지작거렸던 KIA 프런트, 잔류 선택이 '신의 한 수'로
KBO 생태계 파괴하는 압도적 구위
이제는 제2의 폰세 걱정해야할 정도로 압도적



[파이낸셜뉴스] 불과 반년 전, 2025시즌 스토브리그. KIA 타이거즈 프런트의 책상 위에는 아담 올러의 재계약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고민의 흔적들이 쌓여 있었다.

11승 7패, 평균자책점 3.62.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기복 있는 피칭과 이닝 소화력에 대한 물음표 때문에 '더 확실한 외인 1선발'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KIA는 올러의 잠재력과 KBO리그 2년 차에 맞이할 전성기를 믿고 과감하게 재계약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불과 몇 달 만에 타이거즈 역사상 최고의 '신의 한 수'로 판명 나고 있다. 지금 KIA 팬들은 가슴을 쓸어내린다. "만약 그때 올러를 버렸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이다.

올 시즌 올러의 퍼포먼스는 단순한 '수준급 투수'의 영역을 아득히 넘어섰다.

지난 24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맞대결에서 그는 9이닝 동안 103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이라는 경이로운 완봉 역투를 펼쳤다. 타이거즈 외국인 투수로는 2016년 헥터 이후 무려 3,632일 만에 나온 대기록이자, 역대 타이거즈 외국인 최초의 '두 자릿수 탈삼진 완봉승'이다.



이날 승리로 시즌 4승(무패)을 수확한 올러의 평균자책점은 무려 0.81이다. KBO리그에서 선동열급 방어율을 찍으며 다승과 평균자책점 부문 단독 선두로 우뚝 섰다. 당초 팀의 절대 에이스로 여겨졌던 제임스 네일마저 훌쩍 뛰어넘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1선발'의 맹위다.

올러가 이토록 완벽해진 비결은 '경험'과 '진화'에 있다. 최고 150km 중반을 찍는 포심의 위력은 여전한 가운데, 지난해 약점으로 지적받던 제구의 기복이 완전히 사라졌다. 가장 무서운 무기는 단연 '슬러브'다.

타자의 배트가 닿지 않는 바깥쪽 궤적으로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올러의 슬러브에 KBO 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스스로 궤적의 휨 정도를 조절하는 경지에 이르러, 스트라이크를 잡는 카운트 피치와 헛스윙을 유도하는 결정구로 마음껏 요리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광주벌을 지배하는 올러를 향해 환호성을 지르던 KIA 팬들과 프런트의 얼굴에 최근 묘한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1선발의 맹활약이 너무 기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압도적인 구위 탓에 '메이저리그(MLB) 역수출'이라는 거대한 공포가 엄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지난 18일 두산전이 열린 잠실구장 백네트 뒤에는 여러 명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집결해 올러의 일거수일투족을 꼼꼼하게 리포트에 담았다.

네일이 선발 요원으로서의 가치를 평가받는다면, 구위가 압도적인 올러는 당장 빅리그 불펜에 투입해도 1이닝을 완벽히 지워줄 수 있는 즉시 전력감으로 분류된다.

지금 올러를 지켜보는 스카우트들의 시선은 지난해 코디 폰세(토론토)의 사례를 강렬하게 떠올리게 한다. 폰세 역시 일본을 거쳐 한국 무대에서 구속 상승과 구종 장착으로 완벽하게 각성했고, 결국 3년 3000만 달러라는 잭팟을 터뜨리며 빅리그로 화려하게 금의환향했다.




연패를 끊어낸 103구의 완봉쇼. 0점대 방어율로 KBO리그를 폭격하고 있는 올러의 매 투구마다 KIA 팬들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 완벽한 피칭의 이면에는 시즌 뒤 그를 붙잡지 못할 수도 있다는, 혹은 당장이라도 메이저리그의 거대한 자본이 그를 낚아채 갈지도 모른다는 행복하고도 섬뜩한 걱정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타이거즈 마운드에 내린 이 눈부신 축복이 제발 오래도록 광주벌에 머물러주기를, 팬들은 그저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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