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3% 성장 전망까지…현실은 경기 여전히 '안개 속'
뉴시스
2026.04.25 10:34
수정 : 2026.04.25 10:34기사원문
올해 1분기 GDP, 전기 대비 1.7% '깜짝' 성장 주요 IB들 성장률 전망치 잇단 상향…3% 예측도 코스피·코스닥 사상 최고치…경기 낙관 전망도↑ "불확실성 여전, 2%대 성장 낙관 못해" 신중론도 전쟁 장기화 가능성, 물가·내수 등이 불안 요인 정부 "2분기엔 전쟁의 부정적 영향 나타날 것"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1분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1.7% 성장하는 깜짝 실적을 거두자 주요 기관들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조정하고 있다. 주식시장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고, 향후 경기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 경기 상황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다. 중동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현재 진행형이고, 국제 유가 상승 영향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물가와 산업활동에 반영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또 현재 경제 성장 동력이 반도체 호황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내수 부문은 취약성이 크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성장을 견인했다.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1.1%p로 내수의 성장 기여도(0.6%p)보다 두 배 가량 높았다.
유병희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반도체 경기가 당초 전망보다 호조를 보인게 큰 영향을 미쳤다"며 "소비에서 여러가지 정책적 노력이 있었고, 주택 공급 확대로 착공이 증가한 것도 반도체와 더불어 1분기 높은 성장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하자 다수의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높였다. JP 모건은 기존 2.2%에서 3.0%로, 씨티은행은 2.2%에서 2.9%로, 골드만삭스는 1.9%에서 2.5%로 상향조정했다. 정부와 한은의 올해 전망치인 2.0%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반도체 호황과 추가경정예산 효과 등이 중동전쟁의 충격을 상쇄할 거라는게 시장에서 올해 큰 폭의 성장 반등을 전망하는 근거다.
하나증권은 "전쟁으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확대됐지만, 반도체 수출 호조와 정부 추경이 한국 경제 성장을 일부 지탱해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진욱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 GDP 성장률은 소폭(-0.2%) 위축될 수 있지만, 3~4분기에는 0.7~0.8% 수준의 견조한 성장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식 시장도 전쟁 공포를 잊고 질주 중이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23일 6470대까지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24일에는 코스닥지수가 1200선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경제주체들의 심리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향후 1년간 우리나라 경기 전망'에 대해 조사한 결과,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39%,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23%를 차지했다.
중동전쟁 우려감이 극에 달했던 3월 조사(좋아질 것 37%, 나빠질 것 23%)와 비교하면 경기를 낙관하는 응답자 비율이 더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경기 낙관론은 중동전쟁 휴전과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전망에 기대고 있는 측면이 있다. 중동전쟁이 5월 이후까지 이어진다면 물가 급등과 내수 위축 등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재경부는 유가 급등에도 3월 물가상승률은 2.2%로 안정적인 모습을 나타냈지만, 4월에는 물가상승률이 2% 중반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나프타 등 주요 원재료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하반기에는 기업활동과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중동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올해 2%대 성장 가능성을 아직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진단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많은 곳에서 조기에 합의가 이뤄질 거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지만 이란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는 일"이라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석 교수는 "(중동전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3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6월부터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고유가 상황은 쉽게 진정되기 쉽지 않다. 생산시설이 많이 파괴됐기 때문에 올해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아직 전쟁의 영향은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상태라고 봐야 한다"며 "전쟁이 장기화하면 고유가와 나프타 수급난 등이 경제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반도체 특수가 지속된다면 2% 성장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1분기 성장률이 높게 나왔다고 해서 올해 성장률이 높을거라고 전망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아직까지 경기 판단에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재경부는 오는 6월 발표할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업데이트하고 향후 정책 기조를 제시할 예정이지만 아직 경제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설명이다.
유병희 국장은 "수출이 3월에도 호조를 보였고 소비 관련 지표도 양호한 흐름을 보여 1분기에는 전쟁 영향이 크게 나타나지는 않았다"며 "물가나 건설자재 수급 등에서 2분기에는 (전쟁의)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유 국장은 "전쟁의 불확실성이 있어서 연간 성장 전망에 대해 지금 얘기하기 어렵다"며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성장률을 수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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