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이 소중한데… '선발 ERA 1위' 롯데, 당장 중요한 것은 타격이 아닌 '수비'다

파이낸셜뉴스       2026.04.26 11:00   수정 : 2026.04.26 11:00기사원문
선발 평균자책점 3.47 1위… 나균안·비슬리의 피눈물 나는 호투
최근 9경기 평균 2득점 빈공, 더 큰 치부는 '보이지 않는 실책'
수비 약점 감수할 타자가 없다... 일단 '수비 우선' 라인업 절실
5월 주축 선수 복귀까지는 '버티기'… 투수진 믿고 1점 지키는 야구 해야



[파이낸셜뉴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했다. 튼튼한 선발 투수진을 구축한 팀이 결국 대권을 쥔다는 것은 야구계의 오랜 진리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LG 트윈스가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었던 이유도 탄탄한 선발진 때문이었다.

그런데 참으로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KBO리그 선발 평균자책점 1위(3.47)를 달리고 있는 팀은 선두가 아닌, 최하위에 처져 있는 롯데 자이언츠다.

지금 롯데의 5선발 체제는 리그 어느 팀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지난 4월 8일을 kt전을 기점으로 선발 투수가 5이닝을 채우지 못한 경기는 제레미 비슬리가 부상으로 조기 강판당했던 한화전 단 한 차례뿐이다. 지난 화요일 나균안은 두산을 상대로 7이닝 2실점의 눈부신 역투를 펼치고도 패전의 멍에를 안았고, 금요일 KIA전에서는 비슬리가 7이닝 2실점을 기록하고도 상대 선발 올러의 완봉 역투에 밀려 또다시 패전 투수가 됐다. 마운드는 제 몫을 200% 해내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심각한 '빈공'이다.

최근 2주간 롯데가 치른 9경기의 득점 일지를 보면 '1-2-4-1-2-1-6-0-3'이다. 경기당 3점도 채 뽑아내지 못하는 득점력으로는 누가 등판해도 이기기 쉽지 않은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하지만 현재 롯데의 더 치명적인 문제는 타격이 아니라, 투수들의 진을 빼놓는 '수비'에 있다.

방망이가 터지지 않아 매 경기 살얼음판 같은 투수전이 펼쳐지는 와중에, 야수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들이 연달아 터져 나오며 경기를 그르치고 있다. 지난 화요일 두산전 나균안이 내준 2실점은 손호영의 포구 실책과 내야진의 베이스 커버 지연이 빚어낸 아쉬운 실점이었다. 정상적인 수비였다면 1실점, 혹은 무실점으로 막을 수 있었다. 4월 24일 비슬리 역시 야수들의 아쉬운 판단 속에 안타를 허용하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4월 25일 KIA전에서도 수비의 아쉬움은 짙게 남았다. 첫 실점을 헌납한 김선빈의 2루타 타구는 벤치의 지시로 3루 선상에 바짝 붙어 수비하고 있던 한동희가 반드시 잡아줬어야 하는 타구였다.

레이예스 쪽으로 향했던 김도영의 타구 역시 매우 까다롭긴 했으나, 수비에 일가견이 있는 노련한 외야수였다면,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만한 타구였다. 기록지에 에러로 찍히지 않을 뿐, 투수들의 힘을 쫙 빼놓는 이러한 플레이들이 매 경기 반복되고 있다.

공격이 안 되면 수비라도 끈적해야 하지만 지금의 롯데는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고 있다. 냉정하게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현재 롯데 타선에는 빅터 레이예스를 제외하면 수비의 불안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라인업에 박아둘 만큼의 생산력을 보여주는 선수가 아예 없다.

중심을 잡아줘야 할 4번 타자 한동희의 타격 침체는 출구가 보이지 않고, 캡틴 전준우도 언제 살아날지 알 수가 없다. 노진혁에게 기대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결국 장점을 살려야 한다. 포수, 유격수, 3루수, 중견수로 이어지는 센터라인과 핫코너는 철저하게 '수비 최우선'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이미 롯데는 손성빈 카드로 실점을 최소화하는 등 큰 효과를 본 바 있다. 여기에 중견수만 보더라도 수비 범위가 넓고 발이 빠른 장두성이라는 카드가 벤치에 있다. 한동희를 꼭 3루수에 세울 이유도 없다. 지명타자나 1루수 자리도 있기때문이다.

롯데는 다가오는 5월 5일, 징계로 이탈했던 주축 선수들이 합류하며 비로소 완전체를 이룬다. 그때쯤 되면 윤동희도 복귀한다. '윤나고황'이 한꺼번에 타선에 들어오면 숨통이 트인다.

그때까지 롯데의 지상 과제는 처절한 '버티기'다. 다행스럽게도 롯데에는 무너지지 않는 5명의 선발 투수, 박정민과 최이준이 버티는 허리, 그리고 든든한 마무리 최준용이 있다.



지금 롯데에게 필요한 것은 터지지 않는 방망이를 부여잡고 한숨을 쉬는 것이 아니다. 방망이는 어쩔 수가 없다. 살리고 싶다고 해서 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수비는 조금 다르다.
의도여하에 따라서 더 견고하게 만들 수 있다.

투수가 1점을 내주면 타선이 2점을 뽑기를 바라는 대신, 투수가 1점을 내주기 전에 야수들이 몸을 던져 막아내는 끈질긴 수비 야구로의 체질 개선이 절실하다.

선발 투수진의 눈물겨운 헌신을 야수들이 수비로 보답하지 못한다면, '선발 ERA 1위'라는 화려한 수식어는 그저 최하위 팀의 서글픈 위안거리로 전락할 뿐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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