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과거사 '재심 청구' 2배 껑충... "피해자 구제·인권 보호 앞장"

파이낸셜뉴스       2026.04.27 13:48   수정 : 2026.04.27 13:48기사원문
"법적 안정성 유지, 국민 체감 공정성 함께 고려"

[파이낸셜뉴스] 검찰이 인권 보호기관이라는 형사사법체계의 본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재심 청구를 활성화하고 있다. 국가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범법자'로 몰린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다. 청구인 등이 직접 재심 사유를 밝혀야 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검찰이 직접 불법 수사와 재판상 절차적 오류를 찾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은 국가보안법 및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과거 공안 사건에 대해 검찰의 재심 개시 의견 제출 건수가 최근 급증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유족 등이 재심을 청구해 서울고검·중앙지검이 접수한 사건은 연도별로 △2023년 23건 △2024년 58건 △2025년 137건 △2026년 4월 20일까지 46건이다. 이 중 검찰이 인용 의견을 낸 사건은 △2023년 18건 △2024년 24건 △2025년 49건 △2026년 4월 20일까지 12건 등이다. 또 양기관이 2023년부터 재심을 개시한 전체 사건 131건 중 52.6%인 69건에 대해 검찰 스스로 무죄나 면소를 구형했다.

김태훈 중앙지검 제3차장검사는 27일 서울고검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고 이와 관련해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개별 사건의 특성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정성을 함께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심(再審)은 확정된 민·형사 판결에 중대한 오류가 있을 때 그 판결의 취소와 재심리를 청구하는 비상구제절차다. 당사자나 검사가 청구하는 통상의 재심 외에도 검사가 피고인을 위해 청구하는 '직권재심', 제주 4·3사건 등 개별 특별법에 근거해 재심을 청구하는 '특별재심' 등이 있다.

검찰은 그동안 법적 안정성 확보를 중시해 재심 사건 처리에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해 왔다. 다만 이 과정에서 위법 수사로 인한 국민의 억울한 피해 구제에 소홀해지는 등 실질적 정의 실현에 미흡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검찰은 과거사 사료를 직접 분석하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를 반대·저지했다는 이유(반혁명죄)로 징역형을 받은 고(故) 김웅수 전 육군 6군단장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지난 1월 서울고법에 재심 개시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당시 수사 기록이 전혀 없이 판결문만 남은 상태였으나, 검찰이 과거 사료와 언론 보도 등을 직접 분석해 김 장군이 125일가량 불법 구금됐던 사실을 밝혀냈다.

'고문 기술자'로 알려진 이근안 전 경기도 대공분실장의 1987년 조작 사건에 대해서도 지난 2월 재심 개시 의견을 냈다. 1999년 서울지검 강력부가 이씨의 고문 행위를 밝혀냈음에도 장기간 해외 도피로 공소시효가 지나 독직폭행죄로 기소하지 못했던 사건이다. 검찰은 피해자가 당시 불법 구금 상태에서 수사받은 사실을 추가로 확인해 재심 개시를 끌어냈다.

이 밖에도 검찰은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 주모자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故) 이관술씨의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구형하고 △1985년 4월 군사정권 퇴진 집회를 열었다가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을 '5·18 특별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직권으로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은 앞으로도 재심 청구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특히 기록이 폐기된 경우에도 학계 연구 자료, 당시 언론 기사, 진실화해위원회 및 국가기록원 등 국가기관의 기록물을 광범위하게 참고해 과거 수사기관의 불법 행위를 직접 검증할 예정이다. 과거처럼 재판부에 양형 판단을 미루는 이른바 '백지구형' 관행을 깨고, 명백한 조작 사건에는 무죄를 구형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재심 업무 처리 방식도 '피해자 중심주의'로 개선한다.
검찰이 당초 재심 기각 의견을 냈더라도 법원이 개시를 결정하면, 인용 가능성과 청구인의 명예 회복 필요성을 존중해 항고를 신중하게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재심 첫 기일에 곧바로 구형을 진행해 신속한 심리 종결을 돕기로 했다.

김 차장검사는 "공익 대변자, 인권 보호자로서의 검찰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 부각되고 강조되는 시점"이라며 "검사의 역할이나 국민들이 바라는 모습에 부합하기 위해 검찰은 과거사 사건 접근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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