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긁다가 크루즈 버튼을?"… 0.032%에 날아간 안혜진의 챔프 반지와 FA 대박

파이낸셜뉴스       2026.04.27 12:06   수정 : 2026.04.27 12:06기사원문
혈중알코올농도 0.032%… "다리 긁다가 요금소 연석 충돌" 뼈아픈 해명
6전 전승 우승의 환희, 한 달 만에 FA 미아·국대 박탈 '완벽한 추락'
"배구 생각할 때가 아니다"… 상벌위 고개 숙인 안혜진, 중징계 불가피



[파이낸셜뉴스] 가장 높은 곳에서 빛나던 챔피언결정전 우승 세터는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고개를 푹 숙인 채 철저한 '무적(無籍)' 신세가 되었다.

자유계약선수(FA) 대박을 눈앞에 두고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안혜진(28)이 27일 오전,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마포구 한국배구연맹(KOVO) 상벌위원회에 출석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던 그녀의 얼굴엔 짙은 수심만이 가득했다.

취재진 앞에 선 안혜진은 "저로 인해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려 팬들과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배구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법률대리인을 통해 전해진 '사고 당시의 구체적인 경위'였다.

안혜진의 법률대리인인 한정무 변호사(법무법인 법정)의 설명에 따르면, 사고 경위는 황당하면서도 안타깝다. 안혜진은 자정부터 오전 3시 30분까지 지인과 식사하며 술을 마셨고, 이후 3시간가량 음료수를 마시며 차에서 잠시 눈을 붙인 뒤 오전 6시 30분경 운전대를 잡았다.

문제가 된 사고 순간에 대해 한 변호사는 "운전 중 다리를 긁다가 실수로 크루즈 모드를 눌렀고, 고속도로 요금소 차선 합류 지점에서 차량이 차선을 인식하지 못해 연석을 들이받았다"고 설명했다. 본인이 직접 보험사에 연락했으나, 도로 관리자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음주 측정이 이뤄졌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턱걸이 수준인 0.032%였다. (면허 정지 기준 0.03%)





그 0.032%의 수치가 안혜진의 배구 인생에 불러온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다. 불과 얼마 전, GS칼텍스의 포스트시즌 6전 전승 우승을 이끌며 리그 최고의 세터로 군림했던 그녀다. 당연히 이번 FA 시장의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며 '초대박' 계약이 기정사실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한순간의 안일함은 모든 것을 앗아갔다. 진천선수촌 입소를 앞두고 있던 국가대표 명단에서 즉각 제외됐고, FA 시장에서는 원소속팀 GS칼텍스는 물론 남녀부 14개 전 구단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며 '미아'가 됐다. 2026-2027시즌 V리그 코트에서는 안혜진의 토스를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상벌위에 출석한 안혜진 측은 배구에 대한 미련조차 내비치지 못할 만큼 얼어붙어 있었다. 한 변호사는 "상벌위 소명 기회에서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은 단어가 바로 '배구'다. 선수 본인도 현재 배구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라며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KOVO 상벌 규정에 따르면 음주운전은 경고에서 최대 제명, 그리고 500만 원 이상의 제재금이 부과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FA 미계약으로 당장 다가올 시즌 출전이 불가능한 안혜진은 연맹의 징계 수위에 따라 공백기가 더욱 길어질 위기에 처했다.

정상을 찍고 샴페인을 터뜨리던 챔피언이, 단 한 잔의 잘못된 선택으로 코트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변명의 여지 없는 범법 행위 앞에서, '다리를 긁다 벌어진 사고'라는 안타까운 사연조차 팬들의 싸늘한 시선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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