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뺀 종전 우선", 트럼프 "전화로 해"
파이낸셜뉴스
2026.04.27 14:31
수정 : 2026.04.27 14:30기사원문
이란 "해협 개방→종전 먼저", 핵 협상은 후순위 분리 제안
트럼프, 대면 협상 거부·대표단 철수…협상 격 낮추며 압박
호르무즈·봉쇄 해제 놓고 힘겨루기, 중재국 외교전 가속
핵 포기 10년 요구 vs 내부 이견, 협상 동력 급격히 약화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이란의 2차 협상이 의제 설정 단계부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종전을 우선 타결하고, 내부 이견이 큰 핵 문제는 후순위로 미루는 분리 협상안을 중재국들에 타진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파견 예정이던 협상단을 전격 철수시킨 뒤 "협상은 전화로 하겠다"고 통보하며 대화의 격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전술을 구사했다.
이란, 조건부 종전 설득… 핵은 포기 못해
이날 이란이 파키스탄에 제시한 종전 의제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새로운 법적 체제 시행 △전쟁 피해에 대한 배상금 수령 △교전 당사국들의 재침략 금지 보장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 해제 등이다. 이란 측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논의는 최근의 군사적 갈등을 종식하기 위한 조건들에 집중돼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핵 문제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우선 개방하고 장기 휴전 또는 영구 종전을 선언한 뒤 추후 핵 협상을 이어가자는 구상을 중재국을 통해 백악관에 전달했다. 첨예한 이견이 있는 핵 문제는 일단 뒤로 미루고, 해역 개방과 봉쇄 해제 등 실행 가능한 부분부터 합의해 교착 상태를 타개하자는 취지다.
이러한 분리 제안의 이면에는 이란 내부의 정치적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이란 지도부는 현재 대미 협상 과정에서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뉘어 대립 중인데, 특히 강경파가 핵 문제를 테이블에 올리는 것조차 강력히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라그치는 중재국들에 "미국의 농축 우라늄 관련 요구 사항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이란 지도부 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언급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파키스탄 일정을 마친 아라그치는 27일 마지막 순방지인 러시아 모스크바로 향한다. 카젬 잘랄리 주러 이란 대사는 "현재 진행 중인 종전 협상 상황과 휴전 상태, 최근의 주변 정세 변화와 관련해 러시아 측 고위 인사들과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접견 일정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면 협상단 철수·전화 통보
이란의 '조건부 협상' 제안에 대해 미국은 대면 협상을 거부하고 압박 전술로 응수했다. 당초 25일 파키스탄으로 파견할 예정이었던 협상 대표단의 일정을 보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화로 진행하겠다. 그들이 원하면 우리에게 전화하면 된다"고 밝혔다. 파견 취소 사유에 대해서는 "사람들을 18시간이나 여행하게 해서 보내지 않을 것이다. 모든 카드를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파키스탄의 중재 역할은 유지하겠다면서도 "그들은 합의에 무엇이 포함돼야 하는지 알고 있다"며 "그들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만날 이유가 없다"고 못 박았다. 현재 미국은 최소 10년간 우라늄 농축 중단 및 기농축 우라늄 국외 반출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먼저 양보할 경우 이란을 압박할 실질적 수단이 사라진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는 해상 봉쇄의 파괴력을 과시하며 심리전도 병행했다. 대이란 봉쇄 조처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효과적"이라며 "그들은 더이상 많은 돈을 벌 수 없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막대한 석유가 쏟아지는 송유관이 있을 때 계속 실을 수 없어 라인이 막히게 되면 그 관은 기계적 요인으로 지하에서 내부 폭발하게 된다"며 "일단 폭발하면 복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미 CNN 방송은 석유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이란의 석유 시설 상당수가 이미 가동 중단 상태라 폭발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과장 화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는 글로벌 안보 지형에 대해서도 독자적인 목소리를 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대해 "우리를 제대로 도와주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출했고, 중국이 이란을 돕고 있느냐는 질의엔 "크게 도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우크라이나 상황에 관해서는 푸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좋은 대화를 했다"고 전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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