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하늘에 이상한 물체가 나타났다
파이낸셜뉴스
2026.05.02 10:18
수정 : 2026.05.02 10:1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주>
1601년(광해 1년) 음력 8월 25일 미시(未時, 13시~15시) 경 강원도 양양(襄陽)에는 품관(品官) 벼슬이 있는 전문위(全文緯)가 살고 있었다.
초가을 날이 맑아 하늘에는 쨍쨍한 태양이 비치었고, 사방에는 한 점의 구름도 없었다.
그런데 그때 처마 아래쪽 하늘에 갑자기 세숫대야처럼 생긴 둥글고 빛나는 것이 보였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빛이었다.
전문위는 놀라서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가족들과 하인들이 몰려왔다. 전문위는 "저것이 무엇이냐?"하고 물었다. 하인들은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했다. 그러면서 대감이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정말 빛이 나는 물체가 보였다. 그 물체는 빛을 내면서 처음에는 땅에 내릴 듯 하더니 곧 1장(丈, 약 3미터) 정도 굽어 올라갔는데, 마치 어떤 기운을 매달아 공중에 띄워 놓은 것 같았다.
크기를 보니 너비는 한 아름 정도(약 1.5미터)이고 길이는 베 반필(半匹, 약 6미터) 정도였다. 중앙 부위는 푸르게 빛이 났고, 한쪽은 흰색이고 반대쪽은 붉은색을 띠었다. 그 물체는 마치 무지개처럼 둥그렇게 돌았다. 모습은 깃발을 만 것 같았다.
물체는 일정한 높이로 공중에 올라가더니 온통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모양도 뚜렷했는데, 위쪽은 뾰족하고 아래쪽은 반듯하게 자른 듯했다. 마치 아래가 넓적한 뒤집어 놓은 삼각뿔 같았다.
그 물체는 곧바로 하늘 한가운데서 약간 북쪽으로 올라가더니 흰 구름으로 사라지는 듯했는데, 그 모습이 선명했고 신비로웠다. 전문위와 하인들은 "아!~~"하고 탄성을 질렀다.
그 물체는 다시 눈에 보이더니 하늘에 줄이 매달린 것처럼 날아 움직였다. 빠르기는 마치 화살 같았다. 하늘로 날아 올라가는 모습에 어느 하인이 "어? 어? 저러다 하늘에 부딪히는 것 아녀?"하고 놀랐다.
물체는 하늘로 올라가면서 무슨 기운 같은 것이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물체의 가운데가 분리되면서 두 조각이 되더니 한 조각은 동남쪽을 향해 몇 발자국 거리 정도 가다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한 조각은 본래의 곳에 떠 있었는데, 형체는 마치 베로 만든 얇은 방석과 같았다.
잠시 후 우레소리가 몇 번 나더니, 마지막에는 남아 있는 물체 안에서 돌이 구르고 북을 치는 것 같은 소리가 나다가 한참 만에 그쳤다.
그 모습을 본 하인들 중 몇 명은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벌벌 떨었다. 그러면서 "하늘이 노하신 것이다." 혹은 "우리 대감에게 큰 일이 생길 징조인가?" 하면서 두려워했다.
하늘의 이상한 물체는 이미 그날 오전, 강원도 일대에서 먼저 관찰이 되었다.
강원도 원주목(原州牧)에서는 사시(巳時, 9시~11시) 경에 사람들은 대낮에 붉은색을 띤 베처럼 생긴 것이 길게 흐르면서 남쪽에서 북쪽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봤다.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들렸다. 그날 오후에 전문위가 양양에서 봤던 그 물체였다.
그 물체는 강원도 간성에서도 비슷한 시간대에 나타났다. 사실 이 두 지역 간의 거리는 사람이 걸어서라면 며칠이 걸리고, 말을 타더라도 하루는 걸린 터라 동일한 이상한 물체가 거의 동 시간대에 나타난 것은 불가능했다.
비슷한 시각, 강릉에서도 갑자기 하늘에서 작은 소리가 나자 사람들은 하늘을 올려다 보면서 웅성거렸다. 어느 사람이 "아니 하늘에 큰 호리병이 떠 있다."라고 소리쳤다. 역시 위는 뾰족하고 아래는 넓고 큰 모양이었다.
그 물체는 사람들이 쳐다보는 하늘 한가운데서부터 북방을 향하면서 마치 땅에 추락할 듯 날아갔다. 사람들은 "땅에 떨어진다."라고 소리쳤다. 그 물체는 아주 멀리서 봤을 때는 작았는데, 땅을 향해서 곤두박 칠 때 그 형상이 점차 커져 3, 4장(丈) 정도로 커졌다.
물체의 색은 매우 붉었고, 지나간 곳에는 연이어 흰 기운이 생겼다가 한참 만에 사라졌다. 이것이 사라진 뒤에는 천둥소리가 들렸는데, 그 소리가 천지(天地)를 진동했다. 역시 양양에 나타났던 그 물체 그대로였다.
그 하늘의 물체는 오시(午時, 11시~1시) 경에 춘천 하늘에도 나타났다. 그 물체는 동남쪽에서 빛을 내면서 나타났다가 북쪽을 향해 날아갔다. 빛은 북쪽 하늘에서 점차 사라지는 듯하더니 푸르면서 흰 연기가 갑자기 팽창하듯이 생겨나면서 머물다가 한참 동안 흩어지지 않았다. 얼마 있다가 우레와 북 같은 소리가 천지를 진동시켰다. 그러다 그 소리도 사라지고 물체도 하늘 높이 솟구쳐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날 하늘을 나는 물체 사건은 조정에까지 보고되었다. 그 물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러나 그 물체가 무엇이었는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요즘의 UFO가 조선시대에도 나타났던 것일까?
그날 이후로도 강원도 일대에서는 하늘의 괴이한 물체에 대한 이야기가 오래도록 회자되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천변(天變)이라 하기도 하고, 혹은 요물(妖物)이라 하기도 했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무척 놀랐고, 반대로 보지 못한 사람들은 사람들이 미쳐서 헛것을 봤다고 손가락질을 했다.
그날 강원도 일대의 약방에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신문혈(神門穴)이나 내관혈(內關穴)에 침을 맞고, 우황청심원(牛黃淸心丸)을 찾는 환자들이 많았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광해군일기>광해 1년 9월 25일. 江原監司李馨郁馳啓曰: "杆城郡, 八月二十五日巳時, 靑天白日, 四方無一點雲, 雷聲發作, 自北向南之際, 人人仰望, 則似煙氣兩處微出於碧空。 形如日暈, 撓動移時而止, 發雷聲有若皮皷之聲。 原州牧, 八月二十五日巳時, 白日中, 紅色如布長流去, 自南向北, 天動大作, 暫時而止。 江陵府, 八月二十五日巳時, 白日晴明, 忽有物在天, 微有聲, 形如大壺, 上尖下大, 自天中向北方, 流下如墜地。 流下之時, 其形漸長如三四丈許, 其色甚赤, 過去處, 連有白氣, 良久乃滅之後, 仍有天動之聲, 響振天地。 春川府, 八月二十五日, 天氣晴明, 而但東南天間微雲暫發, 午時有火光, 狀有大盆, 起自東南間, 向北方流行甚長。 其疾如矢, 良久火形漸消, 靑白煙氣漲生, 屈曲裊裊, 久未消散。 俄頃如雷皷之聲, 震動天地而止。 襄陽府,八月二十五日未時, 品官全文緯家中庭簷下地上, 忽有圓光炯如盤, 初若着地, 而便見屈上一丈許, 有氣浮空。 大如一圍, 長如半匹布, 東邊則白色, 中央則靑熒, 西邊則赤色。 望之如虹, 宛轉纏繞, 狀如捲旗。 及上半空, 渾爲赤色, 上頭尖而下本截斷。 直上天中少北, 變爲白雲, 鮮明可愛。 而仍似粘着天面飛動, 觸挿若有生氣者, 忽又中斷爲二片, 而一片向東南, 丈許煙滅, 一片浮在本處, 形如布席。 少頃雷動數聲, 終如擂鼓聲, 自其中出, 良久乃止。(강원 감사 이형욱이 치계하였다. "간성군에서 8월 25일 사시 푸른 하늘에 쨍쨍하게 태양이 비치었고 사방에는 한 점의 구름도 없었는데, 우레 소리가 나면서 북쪽에서 남쪽으로 향해 갈 즈음에 사람들이 모두 우러러 보니, 푸른 하늘에서 연기처럼 생긴 것이 두 곳에서 조금씩 나왔습니다. 형체는 햇무리와 같았고 움직이다가 한참 만에 멈추었으며, 우레 소리가 마치 북소리처럼 났습니다. 원주목에서는 8월 25일 사시 대낮에 붉은 색으로 베처럼 생긴 것이 길게 흘러 남쪽에서 북쪽으로 갔는데, 천둥 소리가 크게 나다가 잠시 뒤에 그쳤습니다. 강릉부에서는 8월 25일 사시에 해가 환하고 맑았는데, 갑자기 어떤 물건이 하늘에 나타나 작은 소리를 냈습니다. 형체는 큰 호리병과 같은데 위는 뾰족하고 아래는 컸으며, 하늘 한 가운데서부터 북방을 향하면서 마치 땅에 추락할 듯하였습니다. 아래로 떨어질 때 그 형상이 점차 커져 3, 4장 정도였는데, 그 색은 매우 붉었고, 지나간 곳에는 연이어 흰 기운이 생겼다가 한참 만에 사라졌습니다. 이것이 사라진 뒤에는 천둥 소리가 들렸는데, 그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습니다. 춘천부에서는 8월 25일 날씨가 청명하고 단지 동남쪽 하늘 사이에 조그만 구름이 잠시 나왔는데, 오시에 화광이 있었습니다. 모양은 큰 동이와 같았는데, 동남쪽에서 생겨나 북쪽을 향해 흘러갔습니다. 매우 크고 빠르기는 화살 같았는데 한참 뒤에 불처럼 생긴 것이 점차 소멸되고, 청백의 연기가 팽창되듯 생겨나 곡선으로 나부끼며 한참 동안 흩어지지 않았습니다. 얼마 있다가 우레와 북 같은 소리가 천지를 진동시키다가 멈추었습니다. 양양부에서는 8월 25일 미시에 품관인 전문위의 집 뜰 가운데 처마 아래의 땅 위에서 갑자기 세숫대야처럼 생긴 둥글고 빛나는 것이 나타나, 처음에는 땅에 내릴듯 하더니 곧 1장 정도 굽어 올라갔는데, 마치 어떤 기운이 공중에 뜨는 것 같았습니다. 크기는 한 아름 정도이고 길이는 베 반 필 정도였는데, 동쪽은 백색이고 중앙은 푸르게 빛났으며 서쪽은 적색이었습니다. 쳐다보니, 마치 무지개처럼 둥그렇게 도는데, 모습은 깃발을 만 것 같았습니다. 반쯤 공중에 올라가더니 온통 적색이 되었는데, 위의 머리는 뾰족하고 아래 뿌리쪽은 짜른 듯하였습니다. 곧바로 하늘 한가운데서 약간 북쪽으로 올라가더니 흰 구름으로 변하여 선명하고 보기 좋았습니다. 이어 하늘에 붙은 것처럼 날아 움직여 하늘에 부딪칠 듯 끼어들면서 마치 기운을 토해내는 듯하였는데, 갑자기 또 가운데가 끊어져 두 조각이 되더니, 한 조각은 동남쪽을 향해 1장 정도 가다가 연기처럼 사라졌고, 한 조각은 본래의 곳에 떠 있었는데 형체는 마치 베로 만든 방석과 같았습니다. 조금 뒤에 우레 소리가 몇 번 나더니, 끝내는 돌이 구르고 북을 치는 것 같은 소리가 그 속에서 나다가 한참만에 그쳤습니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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