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가 만든 기적

파이낸셜뉴스       2026.04.27 18:40   수정 : 2026.04.27 18:40기사원문

워런 버핏은 오랫동안 반도체를 멀리했다. 대표적인 경기민감 업종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사업(circle of competence)에만 투자한다"는 그의 원칙과도 맞지 않았다.

그런 버핏이 지난 2022년 대만 TSMC에 약 41억달러를 투자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TSMC ADR 약 6010만주를 매수했다는 공시가 나오자 시장은 술렁였다. 버핏이 본 것은 반도체 가격이 아니라 구조였다. TSMC는 단순한 반도체 회사가 아니라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인프라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코스피 상승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다. 외국인 자금도, 기관의 매수도 결국 두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과거에는 지수가 오르면 반도체가 따라 올랐다. 지금은 반도체가 지수를 끌고 간다.

과거 메모리 업황은 가격이 전부였다. D램 가격이 꺾이면 실적도, 주가도 무너졌다. 그래서 반도체는 전형적인 경기주였다. 하지만 지금 시장이 보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고대역폭메모리(HBM)다. '누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 '누가 빅테크와 장기 계약을 맺는가'가 핵심이다.

반도체는 이제 AI 시대의 전력망이고, 데이터센터이며, 국가 인프라다. 그래서 지금의 주가 상승은 단순한 랠리가 아니다. 실적이 시가총액을 밀어 올리고, 시가총액이 다시 코스피를 끌어올리는 구조적 재평가다.

한국투자증권은 HBM 시장이 글로벌 메모리 산업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HBM 시장 규모는 2026년 약 530억달러, 2027년에는 800억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2024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만 65%에 달한다.

한국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를 끌어올리고,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시장 전체의 할인율을 낮추고 있다. 여기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기대까지 더해지면서 처음으로 '비싸져도 사야 하는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과거 코스피는 실적에 비해 늘 낮은 평가를 받았다. 주주환원은 부족했고, 지배구조에 대한 불신도 컸다. 좋은 기업이 있어도 시장 전체에는 할인표가 붙었다. 지금은 다르다.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가 이어지고 반도체 산업까지 구조적 성장 국면에 들어서면서 시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넘어 '코리아 프리미엄'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물론 과열 논란은 있다.
너무 빠르다는 말도 맞다. 하지만 시장은 늘 미래를 먼저 가격에 반영한다. 버핏이 TSMC를 샀던 이유도 결국 그것이었다.

dschoi@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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