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가는 활황인데 내수·서민경제는 이상 징후
파이낸셜뉴스
2026.04.27 18:40
수정 : 2026.04.27 18:40기사원문
1분기 경매신청 건수 13년來 최대
경제 활력 북돋아 양극화 좁혀야
내수시장 침체가 길어지고 취업시장도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서민경제의 나침반과 같은 경매시장에서 이런 바닥 경기의 현주소가 보인다.
올해 1·4분기 법원에 새로 접수된 경매신청 건수는 3만541건이다. 이는 13년 만에 최대 수치라고 한다. 경매에 나오는 물건들은 대부분 서민경제 영역에 해당한다.
경매 물건이 급증한 이유는 코로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 매출이 바닥난 자영업자들이 생계를 위해 대출에 기댔다. 그렇게 쌓인 원금과 이자의 무게가 지금 경매시장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까지 이어진 가파른 금리 인상이 결정타를 날렸다. 버티던 서민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임계점을 넘어선 것이 지금의 경매 급증 현상이다. 4대 은행의 부실대출이 5조원을 돌파했다는 소식도 같은 맥락이다.
이렇게 바닥 경기가 신음하는 반면 반도체 대기업의 실적은 개선되고 증시는 온기를 되찾는 모양새다. 성장의 과실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양극화 구조는 우리 경제에 결과적으로 독약이 될 수 있다. 거시지표가 좋다고 착시에 빠져서는 안 되며, 서민경제를 복원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정책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금리 인하가 가장 직접적인 처방이지만, 물가 압력과 환율 불안 속에서 한국은행이 추가 인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정을 통한 직접지원도 한계가 있다. 결국 규제완화를 통해 시장 내부에서 활력을 끌어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흔히 양극화 해소책으로 분배정책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분배는 이미 만들어진 파이를 나누는 방식이다. 양극화의 간격을 일부 좁힐 수는 있어도,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지는 못한다. 지금 서민경제에 필요한 것은 나눠 받는 구조가 아니라 다시 벌 수 있는 구조다. 성장의 온기가 반도체 대기업과 금융 자산가에게만 머물지 않고 골목상권과 서민 주거시장까지 흘러내려 오도록 해야 한다. 양극화는 분배로 봉합되지 않는다. 성장의 판을 더 넓게 까는 것만이 근본 해법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