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검찰 없는 세상'
파이낸셜뉴스
2026.04.27 18:41
수정 : 2026.04.27 18:53기사원문
범인 놓쳐도 억울한 사람 없게
확립된 현대 형사법의 대명제
뇌물죄 공무원 기소 못한 상황
범죄 피해자 보호 미흡한 현실
국가 치안기능 마비 막으려면
검찰 개혁 부작용 바로잡아야
검사(국가)의 입증이 불충분하여 실제 범인을 처벌하지 못해도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원칙이 확립되었다. 물론 최선은 아니다. 범인도 모두 잡고 억울한 사람도 없게 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범인도 놓치고 억울한 사람도 만들어 내는 경우는 최악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검찰·공수처 수사권 갈등에…감사원 공무원 '13억 뇌물 혐의' 불기소"라는 보도가 있었다. 감사원 간부 A씨는 2013년부터 15억8000여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다. 공수처는 2023년 11월 A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직접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공수처는 보완수사 없이 사건을 검찰로 송부했다. 검찰은 공수처에 보완수사를 요구했지만 공수처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거부했다. 검찰이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공수처 사건에 대한 검사의 추가 수사 권한이 명확하지 않다며 기각했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임박한 뇌물 2억9000만원 수수 혐의만 지난해 6월 재판에 넘겼다. 12억9000만원의 뇌물 혐의는 기소하지 못했다.
2012년부터 서울중앙지검 아동학대·성폭력피해자 국선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정수경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법사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범죄 피해자들이 범죄를 당했을 때 얼마나 공권력의 보호를 받고 있느냐가 문제"라고 했다. 범죄 피해자 보호라는 검찰의 기능에 주목한 것이다. 정 변호사는 "이전에는 경찰과 검찰이 각각의 우산을 가지고 범죄 피해자들을 보호해 왔다면 수사권 조정 이후에 검찰의 권한이 많이 축소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며칠 전 경찰의 불송치 결정문은 '피해자가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하고 피의자는 안 했다고 주장한다. 혐의 없으므로 불송치', 이게 전부"라며 참담하다고 했다.
검찰개혁 부작용으로 지적된 내용은 다양하다. 경찰수사,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경찰의 재수사가 반복되는 '사건 핑퐁'으로 사건처리 기간이 크게 늘어나고, 피해자의 심리적 고통이 가중된다. 경찰의 과도한 업무량으로 법리 검토가 미흡하거나 성의 없는 불송치 결정문 작성 등 수사의 질 저하도 문제가 된다. 범죄 혐의가 분명함에도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이 묻히는 결과가 초래된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리면 피해자가 직접 증거 또는 법리적 오류를 찾아내어 이의신청을 해야 검찰이 사건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문제도 있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 장애인을 비롯한 범죄 피해자들은 스스로 변호인을 선임해야만 제대로 수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변호사 없이 고소하지 말라는 것인가"라는 물음이 나올수 밖에 없다.
범인은 놓치고 억울한 범죄 피해자를 양산하는 상황. 미리 보는 검찰 없는 세상의 모습이다. 지금이라도 '검찰개혁'의 잘못을 바로잡지 않을 경우 미래의 대한민국 형사사법 절차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보수·진보, 정치적 입장 등의 문제가 아니다. 안전보장과 질서유지는 국가의 기본적인 기능이다.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영토를 지키는 군사적 기능과 범죄로부터 구성원을 보호하는 치안유지 기능이 그것이다. 부실한 범죄대응 기능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나라의 기본적 기능이 심각한 작동 오류에 빠지게 된다.
경찰은 수사 자료 전부를 검찰에 보내고(전건송치), 검찰의 보완수사요구권, 보완수사권 등을 통해 검경이 상호 견제와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게 재설계해야 한다. 그래도 "정말 검찰이 싫고 검찰이 작은 수사권 하나 갖는 것도 원치 않으신다면 경찰을 확실하게 밀어줘야 한다. 돈으로든 인력으로든 경찰에서 양질의 수사를 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정수경 변호사)" 정치인들은 현장에서 국민의 피해를 매일 접하는 당사자의 절규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너무 늦기 전에'가 특히 중요하다.
dinoh7869@fnnews.com 노동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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