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 "재생에너지 안보는 설비·기술…산업기반이 좌우"
파이낸셜뉴스
2026.04.28 14:00
수정 : 2026.04.28 14: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재생에너지 시대의 자원안보는 더 이상 연료 확보가 아닌 설비와 기술, 산업 기반 경쟁력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로 화석연료 체계의 취약성이 재확인된 가운데, 재생에너지는 발전설비와 소재·부품·기술의 안정적 확보 여부가 국가 에너지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보고서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 불안정성 등으로 드러난 공급 충격이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체계의 구조적 취약성을 재확인시켰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지정학적 갈등의 상시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녹색전환 가속 등이 맞물리면서 자원안보의 범위가 단순 연료 수입을 넘어 전력 생산 체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생에너지는 설비 설치 이후 수십 년간 운영되는 내구재라는 점에서 화석연료처럼 비축이나 도입선 다변화로 대응하기 어렵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재고 자산의 구식화 위험이 크고, 품목별 이질성과 규격 다양성으로 대체 가능성도 제한적이다. 여기에 특정 국가에 집중된 글로벌 공급망 구조까지 고려하면, 안정적 조달을 위해서는 국내 산업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대응 수단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보급 확대 속도에 비해 국내 산업 기반이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는 구조적 괴리다.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보급을 추진하고 있지만, 핵심 설비의 국산화 수준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풍력의 경우 2024년 말 기준 국산 터빈 비중은 47.5%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향후 해상풍력 확대 과정에서 해외 의존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태양광 역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현행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현물시장 중심의 보급 체계는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동시에 저가 수입 제품 채택을 유도해 국내 제조 생태계의 투자·생산 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입찰 및 장기계약 중심으로 제도를 전환하고, 공공주도형 트랙 등 보완 장치를 도입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풍력 분야에서는 가격 외 요인이 주요 병목으로 지목됐다. 인허가 지연과 군 작전성 평가, 항만·계통 인프라 부족 등이 사업 추진을 제약하고 있는 만큼, 전용 항만 확보와 설치·유지보수 선박 확충, 계통 인프라 보강 등을 통해 프로젝트 실행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이다.
산업연구원 이슬기 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자원안보 강화를 위해서는 시장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선택적이고 전략적인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면서 "전체 보급은 시장 주도로 유지하되, 공공주도형 트랙과 핵심 품목 중심 지원을 병행해 보급 확대와 국내 산업 기반 확충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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