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심리 상태로는 일하기 어렵다"…반려견 죽자 퇴사한다는 여직원
파이낸셜뉴스
2026.04.29 09:48
수정 : 2026.04.29 09: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반려견이 죽은 후 퇴사한 직원을 이해할 수 없다는 한 업주의 사연이 눈길을 끌었다.
28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강아지가 죽어서 퇴사하는 거 이해되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출근 첫날 홈캠 본 직원, 반려견에 조퇴
작성자 A씨는 "첫 출근한 직원이 퇴근 직전 휴대전화로 홈캠을 보더니 놀라며 울먹이더라"며 "'왜 그러냐'하고 보니 강아지가 옆으로 누워 발작해 입에 거품을 물고 있더라. (직원을) 10분 일찍 퇴근시켰다"고 글을 시작했다.
A씨에 따르면 직원 B씨는 가족 모두 세상을 떠났고 반려견과 단둘이 살고 있었다. 이날 밤 B씨는 울면서 전화해 "강아지 마지막만 지켜주면 안 되냐"고 물었고 A씨는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이후 A씨가 다시 전화했을 때 B씨는 "병원에서 치료도 안 된다. 지금 하는 건 연명일 뿐"이라며 목 놓아 울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에 A씨는 일주일 정도 시간을 주고 "출근하지 말고 강아지부터 챙기라"고 말했다.
닷새 후 B씨로부터 "반려견은 세상을 떠났고 감사했다"는 연락을 받은 사실도 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B씨는 "너무 슬프지만, 뭐라도 해야 마음이 회복될 것 같다"면서 A씨에게 씩씩하게 출근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다시 출근하기로 한 당일 B씨는 "소중한 강아지를 보내고 지금 심리 상태로는 근무가 어렵다. 너무 죄송하다"며 퇴사를 통보했다.
A씨는 "(반려견을 떠나보내면) 실제로 일하기 힘들 정도냐? 저희는 고객 응대가 많은 매장이긴 하다"며 "(B씨가) 첫날부터 똑부러지고 메모도 하며 붙임성 있고 좋았는데 (함께 일하지 못하게 돼) 아쉽다"고 털어놨다.
사회 이슈로 떠오른 '펫로스'
해당 사연에 누리꾼들의 반응은 분분했다. "가족같은 반려견, 반려묘 보내고 상실감에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이 많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반려견의 죽음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공과사는 구분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등의 의견을 전했다.
실제로 몇십년 동안 키우던 강아지와 고양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넌 후 펫로스(pet loss) 증후군을 호소하는 보호자가 많다. 최근 국내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약 1500만명을 넘어서며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별의 방식과 감정 역시 중요한 건강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운선 교수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JKMS'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반려동물 사후 상당수가 슬픔, 우울, 불안 등을 겪어 병원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슬픔 반응 평가(ICG)에서 전체의 55%(76명)가 중등도 기준점인 25점을 초과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일반적인 사별의 수준을 넘어 지속해서 심리적인 부적응을 초래할 정도의 수치다.
우울증 지수(PHQ-9) 검사에서도 52%(72명)가 주요 우울증 판단 기준인 10점을 넘어섰고 범불안장애(GAD-7) 검사에서는 40%(55명)가 증등도 판단 기준인 10점 이상을 받았다. 불면증 평가(ISI) 역시 32%(44명)가 기준점(16점) 이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심리는 반려견을 떠나보낸 지 1년 미만인 사람들(77명)에게서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중등도 이상 슬픔 반응과 우울증, 범불안장애, 불면증 비율은 각각 79%, 62%, 48%, 36%로 평균치를 크게 상회했다. 1년이 넘은 60명 중에서도 이런 비율은 각각 25%, 40%, 30%, 27%로 낮지 않았다.
연구팀은 "반려동물의 상실로 인한 심각한 심리적 스트레스는 아직도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서 이해되거나 공감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휴가나 장례비 등 사회적 지원도 부족하다"며 "특히 애완동물을 잃은 후 첫 1년 동안에는 심리적, 사회적 지원이 매우 필요한 만큼 사회적인 이해의 필요성이 강조된다"고 말했다.
최근 MBC 예능 '나혼자산다'에서도 배우 구성환이 11년간 가족처럼 지낸 반려견을 잃은 뒤 겪은 펫로스 증후군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토대장정'에 나선 모습을 보여줘 반려 동물 양육자들의 공감을 샀다.
전현무는 "펫로스 증후군은 갑자기 온다. 갑자기 오니까 그때마다 우리한테 전화하라"고 했고 구성환은 "지금은 하루에 한번 정도 울컥할 때는 있는데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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