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60년 OPEC 카르텔, UAE 탈퇴의 의미

파이낸셜뉴스       2026.04.29 10:25   수정 : 2026.04.29 10:25기사원문
OPEC 핵심 산유국인 UAE, 탈퇴 선언
핵심 산유국의 자진 탈퇴 사례, 2019년 카타르 때완 다른 파장
하루 300만~350만배럴 제한 속 기회비용 누적
투자 대비 수익 회수 제약이 핵심 불만
사우디 중심 생산 조절 체제에 대한 구조적 도전, 카르텔 내부 균열
OPEC이 더 이상 강제력 있는 생산 조정 기구가 아니라는 인식 확산
다른 회원국의 이탈 가능성도



[파이낸셜뉴스] 2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를 전격 선언한 것은 국제 석유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UAE는 1971년 국가 성립 이전부터 OPEC에 참여해온 핵심 회원국으로, 이번 결정은 OPEC 조직의 결속력과 기능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

OPEC은 1960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베네수엘라 등 5개국이 창설한 산유국 협의체다.

걸프 지역 주요 산유국들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회원국별 쿼터를 배분함으로써 국제 유가를 좌우해온 카르텔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공급을 통제하며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고, 이후에도 주요 산유국 기구로서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다만 최근에는 미국 셰일오일 등 비회원국 생산 확대와 에너지 전환 흐름으로 시장 지배력이 약화된 상태다. 국제 원유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과거 약 85%에서 50% 수준으로 낮아졌다. 현재는 러시아 등 비회원국과 함께하는 'OPEC+' 체제를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UAE의 탈퇴 배경에는 생산 쿼터에 대한 불만이 자리하고 있다. UAE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여유 생산능력을 보유한 국가로, 필요 시 증산을 통해 유가를 안정시키는 '스윙 생산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OPEC 쿼터로 하루 300만~350만배럴 수준으로 생산이 제한되면서 그동안 투자해온 생산능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누적돼 왔다.

이 같은 불만은 결국 탈퇴 결정으로 이어졌다. UAE는 향후 해상 운송이나 파이프라인을 통해 원유 수출이 정상화될 경우 생산량을 하루 500만배럴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공급 확대를 넘어 OPEC의 가격 통제력을 약화시키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결정의 시점은 이란 전쟁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걸프 지역 긴장 고조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해상 운송 차질이 이어지는 가운데 UAE는 아부다비 유전에서 푸자이라 항구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 확충을 통해 해협을 우회하는 수출 경로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도 일부 파이프라인이 운영 중이지만 증산을 위해서는 추가 인프라가 필요한 상황이다.

단기적으로는 해협 봉쇄로 인한 공급 차질이 유가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지만, 사태가 진정될 경우 UAE의 증산은 시장 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시장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 수준까지 상승한 상황에서도 해협 상황이 안정되면 내년에는 50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UAE의 이번 결정은 과거 사례와 비교할 때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카타르는 지난 2019년 OPEC을 탈퇴했지만 당시에는 원유보다 액화천연가스(LNG) 중심으로 에너지 전략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실익이 줄어든 것이 주된 배경이었다. OPEC 내 원유 생산 비중이 크지 않았던 만큼 시장에 미친 영향도 제한적이었다.

반면 UAE는 핵심 산유국이자 스윙 생산자로서 OPEC의 가격 조정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가다. 이번 탈퇴는 단순한 산업 구조 변화가 아니라 생산 쿼터 체제 자체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훨씬 크다. 카타르가 '조용한 이탈'이었다면 UAE는 조직의 작동 방식에 균열을 내는 '구조적 변수'로 평가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기에 에너지 전환 흐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기차와 전력화 확대 등으로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는 수요가 정점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중국의 전기화 확대는 하루 약 100만배럴의 원유 수요 감소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산유국들이 수요 감소 이전에 최대한 많은 수익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