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공시의무 확대·사익편취 규제… 美와 외교갈등 우려도

파이낸셜뉴스       2026.04.29 18:32   수정 : 2026.04.29 18:31기사원문
총수 일가 전체가 규제범위 포함
친족 관여 회사 거래도 공시해야
쿠팡 "이미 SEC 공시의무 준수"
"사익편취 우려 없는 구조" 반박

쿠팡의 동일인이 법인에서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으로 변경되면서 공시의무 확대와 사익편취 규제 적용 등 한국 쿠팡의 규제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쿠팡은 '이중규제'라며 행정소송으로 맞불 대응에 나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특히 미국 하원의원들이 최근 "쿠팡과 같은 미국 기업을 겨냥한 공격을 중단하라"고 공식 요구한 상황에서 이번 동일인 변경 조치가 양국 간 외교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법인→총수' 전환…규제 적용

29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그동안 동일인을 법인으로 인정받으며 총수 지정에 따른 규제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변경으로 '총수 있는 기업집단'으로 전환되면서 김 의장은 기업집단 관련 지정자료 제출과 공시의무를 직접 부담하게 됐다. 또한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 대해서는 사익편취 규제 적용대상에 포함된다.

핵심은 공시기준이 '법인'에서 '총수 개인'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김 의장 본인은 물론 친족을 기준으로 기업집단이 다시 정의되면서 공시 대상이 확대되는 구조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김 의장과 친족이 합해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국외 계열회사의 일반 현황과 주주 현황 등을 연 1회 공시해야 하는 의무도 새롭게 발생한다.

사익편취 규제도 적용된다. 사익편취 규제는 총수 일가가 계열사를 통해 특수관계인 회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사업 기회를 제공하거나 자금을 지원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제도다. 쿠팡은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관련 거래도 규제 대상에 포함되고 공정위의 심사 대상이 된다.

동일인 지정 변경으로 공시의무 확대를 넘어 총수 개인과 친족까지 규제 범위에 포함되면서 쿠팡의 부담도 한층 커지게 됐다.

공정거래 전문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친족이 관여한 회사와의 거래까지 공시 대상에 포함되면서 내부거래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총수 일가 회사와의 거래에는 사익편취 규제가 직접 적용돼 일반 내부거래보다 위법성이 인정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이어 "겉으로는 공시의무 확대에 그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총수 일가 전체가 규제 범위에 편입되는 효과가 있다"며 "그동안 공개되지 않던 친족 관련 회사와의 거래까지 공시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공시 관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공시의무 위반 시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 "이중규제"…행정소송 예고

쿠팡은 공정위의 결정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공정위가 쿠팡의 투명한 지배구조에도 무리하게 동일인 변경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쿠팡 측은 "쿠팡Inc.(미국 모기업)가 한국 쿠팡 법인을 100% 소유하고, 한국 쿠팡도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100% 보유한 구조로 사익편취 우려가 전혀 없다"며 "김범석 의장과 친족은 한국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미국 상장사로서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특수관계자 공시의무를 이미 준수하고 있다"며 동일인 지정이 '이중규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동일인 제도가 재벌의 사익편취 방지를 전제로 설계된 만큼 100% 지배구조를 가진 글로벌 기업에는 맞지 않는 규제라는 입장이다.


특히 쿠팡은 글로벌 지배구조 특성상 규제 범위가 과도하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미국 본사 이사회에 참여한 다른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까지 동일인 관련자로 묶일 경우 이들이 관여한 회사까지 공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 미국 연방 하원의원 54명이 한국 정부의 '쿠팡 때리기'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에게 보낸 직후 이번 조치가 나오면서 외교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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