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제왕' 엔비디아도 찜했다…'꿈의 기술' 시대 빨리 오나

뉴시스       2026.05.02 13:01   수정 : 2026.05.02 13:01기사원문
"양자기술 멀었다"던 젠슨 황, 이번엔 상용화 난제 구원투수 자처 엔비디아, 양자 AI 모델 '아이싱' 공개… 오류 수정 속도 2.5배 향상 美·中 '양자 패권' 경쟁 시작됐다…산업용 활용 이미 시작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해 6월 24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5'에서 관람객들이 IBM '퀀텀 시스템 원(Quantum System One)' 양자컴퓨터 모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25.06.24.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오랫동안 공상과학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양자컴퓨터가 시장 한복판에 섰다. 결정적인 계기는 인공지능(AI) 시대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의 본격적인 참전이다.

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엔비디아가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앞당길 해결사로 등판하자 국내외 증시가 뜨겁게 달궈졌다.

엔비디아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세계 양자의 날을 맞아 양자컴퓨터 성능 개선을 위한 오픈소스 양자 AI 모델 '아이싱(Ising)'을 공개하면서다. 양자컴퓨터는 계산 속도가 압도적이지만 아주 작은 진동에도 오류가 생기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엔비디아는 이 '오류 수정'을 AI에게 맡기겠다고 선언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아이싱을 활용하면 기존 방식보다 오류 수정 속도가 최대 2.5배 빨라지고 정확도는 3배 개선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는 양자컴퓨팅을 실용적으로 만드는 데 필수적"이라며 "AI가 양자 기계의 운영체제(OS)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먼 미래 기술로 보였던 양자컴퓨터 상용화가 생각보다 훨씬 빨라질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 순간이다.

미국 증시는 아이온큐, 리게티, 디웨이브퀀텀 등 양자컴퓨터 관련 대표주들이 폭등했고, 국내 증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엑스게이트, 드림시큐리티, ICTK, 우리넷, 케이씨에스 등 양자암호·양자통신 관련 주에 매수세가 몰렸다.

양자컴퓨터가 뭐길래…"미로 전체 내려다보고 빠른 길 찾는다"

양자컴퓨터가 주목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 컴퓨터로는 수만 년 걸릴 문제를 단 몇 초 만에 풀 수 있기 때문이다. 미로를 탈출할 때 기존 컴퓨터는 길을 하나씩 가보며 정답을 찾는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미로 전체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가장 빠른 길을 단번에 찾아낸다.

이 차이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슈퍼컴퓨터로도 막대한 시간이 소요되는 난제를 손쉽게 해결하게 해 산업 규칙 자체를 바꿔버릴 기술로 평가받게 한다.

[새너제이=AP/뉴시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2026.03.17.


엔비디아가 양자컴퓨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AI 한계를 넘기 위해서다.

지금의 AI는 덩치가 커질수록 학습비용과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특히 복잡한 최적화 문제나 분자 수준의 정밀 계산은 그래픽처리장치(GPU)만으로 한계가 명확하다.

엔비디아는 GPU와 양자처리장치(QPU)가 서로 돕는 체제를 구상하고 있다. 기존 AI 슈퍼컴퓨터에 양자 하드웨어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양자컴퓨터의 고질적인 불안정성을 해결한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쓸 수 있는 '가속 양자 컴퓨팅'을 완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3월 미국 보스턴에 양자 연구센터 NVAQC를 세우겠다고 발표한 것도 그 일환이다. 양자컴퓨터에서 정보를 저장하고 계산하는 가장 기본 단위인 큐비트 불안정성과 오류 문제를 해결하는 게 핵심 목표다.

◆절대 강자 없는 '춘추전국시대'…국가 대항전으로 번진 패권

지금의 양자컴퓨터 시장은 1990년대 초창기 인터넷 산업과 닮았다. 아직 절대적인 승자는 없다. 기술 방식도 제각각이라 누가 마지막에 웃을지 알 수 없는 '춘추전국시대'다. 하지만 승자가 가져갈 열매가 워낙 크다 보니 기업을 넘어 국가 간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은 IBM, 구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중국은 국가 주도의 양자 통신과 양자암호 인프라를 앞세워 맞서고 있다. 유럽과 일본도 국가 차원의 투자 경쟁에 뛰어들었다.

현 시점에서 기술력이 가장 앞섰다고 평가받는 건 IBM이다. IBM은 '초전도' 방식에 특화된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2029년까지 오류를 스스로 고치는 양자컴퓨터를 구현하고, 200개 논리 큐비트를 갖춘 시스템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구글은 오류 수정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024년 공개한 양자칩 윌로(Willow)를 통해 큐비트 수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오류가 줄어드는 단계라는 게 이 회사 설명이다. 그동안 양자컴퓨터 업계가 오랫동안 풀지 못했던 핵심 과제였다.

[서울=뉴시스] 구글이 개발한 양자 칩 윌로 이미지(사진=구글 블로그) *재판매 및 DB 금지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은 클라우드 기반 양자컴퓨팅 서비스 구축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기업들이 값비싼 양자컴퓨터를 직접 사지 않고 인터넷으로 빌려 쓰는 인프라를 선점하겠다는 계산이다.

스타트업들의 추격도 거세다. 아이온큐는 '이온트랩' 방식의 대표 주자다. 큐비트 안정성이 높고 오류율이 낮은 게 강점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을 통해 양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디웨이브는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해답을 찾는 방식인 '양자 어닐링(annealing)' 분야에 앞서 있다. 리게티는 초전도 방식에서 IBM 경쟁자로 꼽히고, 사이퀀텀은 광자를 활용한 대규모 확장성에 베팅하고 있다.

◆"아직 멀었지만 이미 시작됐다"…상용화의 골든타임

그렇다면 양자컴퓨터를 일상에서 쓸 수 있는 날은 언제쯤일까. 전문가들은 부분적인 상용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테면 신약 개발과 신소재 탐색, 금융 최적화처럼 특정 문제에 특화된 산업용 활용은 이미 현실에 들어오고 있다. 다만 누구나 쓰는 범용 양자컴퓨터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

가장 큰 숙제는 역시 '안정성'이다. 양자컴퓨터의 핵심 단위인 큐비트는 워낙 예민하다. 아주 작은 열이나 진동에도 계산을 틀려버린다.
지금의 양자컴퓨터가 '실수 잦은 천재'로 불리는 이유다.

결국 누가 더 똑똑한 칩을 만드느냐보다 누가 그 칩을 흔들림 없이 작동시키느냐가 승부처다. 엔비디아의 참전으로 이 '안정성'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한다면 우리 삶을 바꿀 양자컴퓨터의 골든타임은 생각보다 더 빨리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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