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름, 훼손 심하면 쉬게 한다… 자연휴식년제 기준 담은 관리지침 고시
파이낸셜뉴스
2026.05.03 12:35
수정 : 2026.05.03 12:34기사원문
샛길·노면침식 등 8개 유형 관리
훼손 정도 따라 5개 등급 분류
4~5등급 오름은 자연휴식년제 검토
탐방로·안내판 설치 기준도 구체화
보전과 관광 이용 균형 맞춘다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오름이 훼손 정도에 따라 차등 관리된다. 탐방객이 몰려 샛길이 생기거나 정상부와 탐방로가 침식된 오름은 회복될 때까지 쉬게 하고 훼손이 적은 오름은 탐방을 이어가도록 해 보전과 이용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취지다.
3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내 오름의 체계적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위한 '오름 보전·이용 및 관리지침'이 고시됐다.
오름은 제주 화산섬의 대표 경관이자 자연사적 자산이다. 한라산 주변과 중산간, 해안 가까이까지 분포한 작은 화산체로 제주 지형의 독특한 곡선을 만든다. 현재 제주에는 360여곳의 오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름은 도민의 생활 공간이자 관광객이 즐겨 찾는 탐방지로 자리 잡았다.
오름이 관광객에게 사랑받는 이유도 분명하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오를 수 있고 정상에 서면 한라산과 바다, 마을과 밭담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계절마다 억새와 초지, 숲길, 방목지 풍경이 달라지는 점도 매력이다. 대형 관광지와 달리 제주 자연을 가까이에서 체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걷는 관광'의 핵심 공간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용이 늘수록 훼손도 빨라진다는 점이다. 탐방객이 정해진 길을 벗어나면 샛길이 생긴다. 비가 오면 흙길이 패인다. 정상부 초지는 밟힘이 반복되면 식생이 사라지고 토양이 드러난다. 오름은 한 번 훼손되면 회복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자연휴식년제가 필요한 이유다.
이번 지침은 오름 탐방로 등에서 발생하는 훼손을 8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노선분기, 노면침식, 노폭확대 등이 주요 유형이다. 노선분기는 탐방객이 임의로 만든 샛길을 뜻한다. 노면침식은 탐방로 표면이 빗물과 이용 압력으로 파이는 현상이다. 노폭확대는 탐방로 폭이 점점 넓어져 주변 식생까지 훼손되는 경우다.
훼손 정도는 5개 등급으로 분류된다. 낮은 등급은 유지관리와 부분 보수로 대응한다. 훼손이 큰 경우에는 즉시복구나 탐방 제한, 자연휴식년제 적용을 검토한다. 자연휴식년제는 오름을 무조건 닫는 제도가 아니다. 사람의 발길을 일정 기간 줄여 지형과 식생이 회복될 시간을 주는 관리 방식이다. 제주도는 현장실사, 분야별 조사보고서 작성, 위원회 심의, 최종 확정, 공고 절차를 거쳐 자연휴식년제 대상 오름을 지정한다.
해제 기준도 구체화됐다. 지정기간이 끝나기 전 합동 현장실사를 실시해 지형·지질 복구 상태와 식생피복도 회복 여부를 확인한다. 식생피복도는 땅 표면이 식물로 덮인 정도를 말한다. 이번 지침은 식생피복도 80% 이상 회복 여부 등을 해제 판단 기준으로 삼도록 했다.
탐방시설 설치 기준도 담겼다. 탐방안내소, 주차장, 탐방로, 안내판, 휴식시설 등 자연환경보전·이용시설은 오름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치·관리해야 한다. 정상부에는 인위적 시설 설치를 가급적 피하고 기존 탐방로를 최대한 활용하는 보전 중심 원칙도 포함됐다.
이번 지침의 의미는 오름을 '막을 곳'과 '열 곳'으로 나누는 데 있지 않다. 오름마다 훼손 상태와 이용 압력, 지형 여건이 다른 만큼 현장에 맞게 관리하겠다는 데 있다. 보전이 필요한 오름은 회복을 우선하고 탐방이 가능한 오름은 안전하고 질서 있게 이용하도록 길을 정비하는 방식이다.
오름 관리는 제주 관광의 지속가능성과도 맞닿아 있다. 오름이 무너지면 제주 자연관광의 핵심 자원이 약해진다. 반대로 이용을 지나치게 막으면 도민의 생활권과 관광객의 자연 체험 기회가 줄어든다. 관리지침은 이 사이에서 보전과 이용의 기준을 세우는 행정적 장치다.
임홍철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오름은 무조건 막거나 무조건 여는 대상이 아니라 훼손 정도와 현장 여건에 맞춰 관리해야 한다"며 "오름의 가치를 보전하면서 지혜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현장 관리와 제도 운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