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공무원들 왜 줄사표 내나

파이낸셜뉴스       2026.05.03 18:18   수정 : 2026.05.03 18:18기사원문

우주항공청(KASA)은 전문성 기반 조직문화와 파격적 인사 시스템 도입으로 전문인재 영입과 독립적 연구환경 제공에 나서며 공직 인사제도의 틀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정부 시대를 맞아 공직사회 내 전문직군 공무원의 전략적 관리가 필수로 떠올랐다. 이들의 역량과 관리가 앞으로 공직사회를 주도할 핵심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일반행정직 중심 인사체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직무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낮은 보수와 경직된 조직문화 등이 전문직의 조직 내 융화와 적응을 막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전문직 공무원들의 이탈과 퇴직이 가속화하고 있다. 전문성이 높을수록 오히려 이직이 증가하는 '전문성의 역설' 현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인재가 조직 내 환경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할 때 외부 시장을 적극 탐색하는 경향을 반영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전문직군 인재 관리를 위한 맞춤형 정책대응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인 데이터와 AI를 국정 전반에 결합하는 '세계 최고 AI 민주정부 실현'을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공직사회 내 퇴직과 이직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공무원연금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0년 4만7319명이던 퇴직인원은 2025년 5만6781명으로 급증하고 퇴직률도 4.4% 수준에 이른다. 한국행정연구원의 공직생활실태조사에서는 '기회가 되면 이직하겠다'는 응답이 2022년 45.1%, 2024년 43.0%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공직사회 내 이탈이 보편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현재 공직 인사행정제도는 범용 역량을 갖춘 일반행정직을 표준 모델로 설계해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전문직군의 직무 특수성과 차별적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다. 전문직들은 경제적 보상 외에 전문성과 조직 내 협업 활성화 같은 환경요인이 전문직군의 조직 충성도를 결정짓는 핵심요소로 꼽힌다. 통상 전문직군은 자신의 전문역량이 정책 과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조직 내 유기적 협업환경이 조성될 때 높은 공직 몰입과 안착 의지를 보이기 때문이다.

현실은 이와 달랐다. 전문직군 채용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이탈과 이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평균 재임기간도 5년 이내로 짧았다. 낮은 보수와 조직문화 적응 실패 등 이들을 떠나게 하는 요인은 너무나 많다. 이들은 일반 공무원과 달리 상사 리더십과 조직 공정성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초기 소명의식이 높으나 전문성을 존중하지 않는 경직된 문화와 협업체계 부재로 심리적 압박감과 소외감을 경험하며 공직 이탈이 급격히 증가한다.

한국행정연구원 국정데이터조사센터 염지선 소장은 "협업과 의사소통 환경은 전문직군의 조직 결속을 강화하는 강력한 구조적 안착 기제로 작동하며, 일반행정직 대비 두 배 이상의 이직 억제 효과를 나타냈다"고 밝히면서 "이는 전문직군 특화형 회복탄력성 지원과 유기적 협업 인프라 구축, 전문가 전용 경력개발경로 다변화 등 정교한 핀셋인사 정책 도입의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AI시대 공무원들의 업무 틀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지만 기존에 구축된 행정체계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전문직뿐만 아니라 일반 공무원에게도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공무원 역량 개발을 위해 '전문가 공무원 제도'와 '5급 승진 패스트트랙'을 도입하고, 민간 인재 유치를 위한 연봉 상한 폐지 등 대대적 인사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AI·국제통상·노동감독 분야에서 최소 7년 이상 장기 재직하는 전문 공무원을 양성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았다. 국·과장급 연봉 상한 폐지로 민간 전문가 유입을 촉진한다는 구상이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역량과 성과 중심의 공직 인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ktitk@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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