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의 충격은 공평하지 않다
파이낸셜뉴스
2026.05.03 18:18
수정 : 2026.05.03 18:18기사원문
같은 위기를 겪었지만 누구는 빠르게 회복했고, 누구는 회복의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부의 격차는 위험의 격차로 이어졌고, 다시 그 위험은 부의 격차를 확대하는 악순환을 만들었다.
이제 이 불평등은 이란전쟁발 에너지 충격 속에서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반면 소비자와 중소기업은 정반대 상황에 놓였다. 기름값 급등으로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달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기업들이 전가해버린 비용의 '최종 부담자'가 돼버린 가계와, 비용조차 가격에 전가할 수 없는 중소기업은 위험의 '최전방'에 서있게 됐다.
이 불평등은 국가 간 격차로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에너지 공급 불안 속에서 미국·유럽·중국 등은 원유와 항공유 확보 경쟁에 나섰다. 유럽은 아시아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 항공유를 선점했고, 중국도 대규모 저장시설을 활용해 비축량을 빠르게 늘렸다.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더 많은 부담을 떠안았다. 필리핀은 휘발유 가격 급등에 대응해 보조금 지급 등 비상조치를 시행했지만, 운전사들의 파업이 이어졌다. 인도에서는 액화석유가스(LPG) 수급 불안 우려로 당국이 단속에 나서기까지 했다. 태국에선 유가 상승과 항공편 감소로 관광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백신 물자를 둘러싼 경쟁이 그랬듯, 이번에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가'가 격차를 가르고 있다. 재난은 반복되고, 그 충격의 분배는 반복해서 불평등하다. 문제는 위기가 아니라 그 위기를 나누는 방식이다. 이제 재난대응은 단순한 관리가 아니라 불평등을 줄이는 방향으로 재설계돼야 한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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