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국회로... 조작기소 특별법 '사법질서 붕괴' vs '불가피한 선택'

파이낸셜뉴스       2026.05.04 16:12   수정 : 2026.05.04 16:1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조작기소 특별검사법안'를 놓고 법조계에서도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갈린다. 상당수 법조인들이 "'공소 취소 권한'이라는 전례 없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기존 사법질서를 붕괴시키는 일"이라며 비판하지만 "정치 검찰에 의해 오염된 사법 정의를 바로잡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사법, 뿌리부터 흔들릴 것

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윤석열 정권 검찰청·국가정보원·감사원 등의 조작수사·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조작기소 특검법)은 기존 검찰이 공소한 사건을 특검이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법 제8조 7항은 "특별검사는 이첩받은 사건의 공소 유지(공소 유지 여부의 결정을 포함한다) 업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한다. '공소 취소'를 직접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공소 유지 여부의 결정'이라는 표현이 사실상 취소 권한까지 포함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반대 측은 사법질서를 뿌리부터 흔드는 것이라는 게 골자다. 헌법상 기소와 재판 권한은 각각 행정부와 사법부에 속해 있는데 입법부가 만든 특검이 이미 법원에서 심리 중인 사건의 공소를 취소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사법부의 판단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법조계 한 교수는 "민주당이 검찰 개혁을 주장하며 내세운 원칙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인데 수사와 기소를 모두 할 수 있는 특검을 활용하는 것이 모순"이라며 "조작 기소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검사의 기소를 다시 특검이 수사하는 것은 결론을 정해 놓고 진행하는 정치적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조작기소 특검법의 수사대상은 총 12건으로 이 중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공직선거법 위반 등 8건이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이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전날 성명을 내고 "해당 법안은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법치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비판했다. 사단법인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 역시 "특정인의 재판 결과를 바꾸기 위해 국가의 사법 절차 자체를 변형하려는 위험한 시도"로 규정했다.

국회(입법부)가 국민을 대표하는 선출권력은 맞지만 모든 행위 자체가 정당성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법조계 인사는 "국회의원의 의사가 곧 국민의 의사라는 등식 자체가 틀렸다"며 "형식적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실질적 법지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검찰권 남용 견제 불가피

반면 법조계 한 인사는 "검찰이 공소한 사건을 특검이 취소할 수 있도록 입법으로 권한을 부여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 검찰의 오남용을 바로잡고, 지금의 법원(사법부)에 대해서도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불가피한 부분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조작기소'라는 멍에가 있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수는 없고,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 맡기기도 어려운 만큼 특검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설령 기존 수사기관에 의한 수사가 가능하다 할지라도 현재의 법원 역시 믿기 어렵다는 불신이 깔려 있다.

실제 검찰은 최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정영학 녹취록' 변조 의혹, 이화영 전 부지사 '연어 술파티 회유' 의혹 등 증거를 위조하고, 허위 증언을 교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보다 앞서 검찰의 '유우성씨 간첩 증거조작 및 보복 기소 사건'은 2021년 대법원에서 검찰권 남용으로 확정됐다. 검찰이 화교 출신 유우성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대법원 무죄→이후 검찰의 보복성 추가 기소로 이어진 사건이다. 우리나라 사법 사상 최초로 '검찰의 공소권 남용' 인정 사례로 꼽힌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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