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드는 올해 성장률, 반도체 쏠림은 극복해야

파이낸셜뉴스       2026.05.04 18:40   수정 : 2026.05.04 18:40기사원문
국내외 기관들 전망치 일제히 높여
반도체 수출 호조 외엔 어려운 국면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과 물가 전망치를 올리고 있다. 영국 리서치 회사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전망치를 2.7%로, 한달 전보다 1.1%p나 높였다. JP모건체이스는 3.0%, 씨티그룹은 2.9%로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국내 현대경제연구원은 1.9%에서 2.7%로 높여 잡았다.

기관들이 이렇게 성장률 전망치를 높이는 것은 반도체가 이끄는 수출 호조 때문이다. 우리나라 1·4분기 수출 실적은 중동 사태 속에서도 2194억달러를 기록했다. 일본과 비슷하고 지난해 우리보다 많은 수출 실적을 냈던 홍콩, 이탈리아를 앞질렀다고 한다. 올해 목표 7400억달러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 이 속도를 유지하면 산술적으로는 8000억달러 고지에 오를 수 있다고 한다.

수출 호조로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7%로, 2020년 3·4분기 이후 5년6개월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국내외 기관들이 전망하는 대로 올해 실질 성장률이 3%에 육박할 수도 있다. 반도체가 이끄는 코스피지수도 급등, 7000선을 넘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깜짝 성장은 인공지능(AI) 붐을 업은 반도체 한 업종의 호황 덕분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크게 웃을 수 없다. 반도체 수출은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현재 슈퍼사이클 국면에 걸쳐 있다. 반도체 경기의 호황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는 없다. 하강 국면에 접어들면 수출은 반대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산업이 안정적으로 발전하려면 모든 업종이 고루 잘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반도체 의존도는 대만과 유사하게 높다. 우리 산업의 주력 분야인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철강 등이 다 함께 성장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자동차나 조선을 제외하면 다른 업종들은 중동 사태와 중국의 공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내수는 침체 상태이며, 자영업은 역대 최악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거기에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갈등도 변수로 등장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5월 21일부터 실제로 파업에 들어가면 생산과 수출에 즉각 피해가 발생한다. 1인당 7억원가량 달라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수도 없고, 파업을 막으려면 들어주지 않을 수도 없는 딜레마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

성장률 전망치 상향에 마냥 좋아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인플레이션이다. 주요 기관 3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평균은 2.5%로, 한 달 새 0.2%p 올랐다. 한국은행도 중동전쟁으로 급등한 유가와 환율이 4월 이후 소비자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 경제의 일시적 호황은 반도체라는 한 종목이 일으킨 착시와도 같다. 반도체 수출 호조의 파급 효과가 경제 전체에 신속하게 퍼진다면 좋겠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고 기대만큼 낙수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일부 업종이나 분야를 제외하면 대다수 국민들이 체감경기를 좋지 않게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반도체는 반도체대로 글로벌 경쟁에서 계속 우위를 확보해야 하며, 불황과 침체에 빠진 다른 업종도 다시 일어서도록 민관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노사가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는 성과급 분쟁이 원만하게 매듭지어져야 한다. 시장경제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정부는 물가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