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2조 상속세 완납, 낡은 상속세제 돌아볼 때

파이낸셜뉴스       2026.05.04 18:40   수정 : 2026.05.04 18:40기사원문
국가 전체 상속세보다 더 많은 규모
세계 추세 맞춰 세율 인하 등 검토를

삼성 일가가 이건희 선대회장 유산에 부과된 상속세 12조원을 5년에 걸쳐 모두 납부했다. 선대회장이 2020년 작고하며 남긴 유산은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 약 26조원 규모다. 유족들은 이듬해 4월부터 연부연납(분할납부) 제도를 활용, 총 6차례에 걸쳐 납부를 완료했다.

규모는 국내 상속세 납부 사상 최대다. 선대회장이 작고했던 2020년 국가가 거둔 전체 상속세 3조9000억원의 세 배에 이르는 액수다. 지난 2024년 상속세 규모(8조2000억원)와 비교해도 월등히 많다.

삼성가는 역대 최대 상속세를 완납하면서 부의 대물림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많이 불식했다. 유족들은 상속세 외에도 선대회장의 유지에 따라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과 소아암 환아 지원에 1조원을 기부하고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가에 헌납했다.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 미술품 가치는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해외 미술계와 일반 관람객의 관심도 지대했다. 재산승계와 사회환원 균형이라는 점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좋은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삼성가의 고액 세금 납부 마무리와 함께 국내 상속세법의 경쟁력을 따져보는 것도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1950년대 제정된 상속세법은 그동안 공제 규모만 조정됐을 뿐 유산 전체에 과세하는 기본골격은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상속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극소수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회원국 중 상속세가 있는 24개국 가운데 20개국이 상속인이 실제 받을 몫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식(유산취득세)을 따르고 있다. 생활 단위가 가족이 아닌데도 가족 공동체에 물리는 유산세는 시대와 맞지 않다.

기혹한 세율도 문제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다. 최대주주 주식 할증 평가까지 적용받으면 실질 부담은 60%까지 올라간다. 삼성가의 12조원 상속세도 이런 구조에서 나왔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보다 세율이 높은 나라는 일본(55%)이 유일하다. 현행 최고세율 50%와 과표구간은 2000년 개편 이후 20년 넘게 사실상 그대로였다. 그사이 집값과 기업가치, 자본시장 규모는 급변했지만 세제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뒤늦게나마 정부도 개편 필요성에 공감하고 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거듭 불발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자녀공제를 확대하는 세법 개정안을 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유산취득세 전환 방안은 지난해 국회에서 논의가 있었으나 현행 유산세 체계에서 공제를 확대하자는 의견과 충돌해 진전을 보지 못했다. 결국 상속세 개편 필요성만 확인했을 뿐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OECD 등 해외기관은 높은 상속세가 한국 증시 저평가 요인이라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연일 새 기록을 쓰고 있는 한국 증시의 지속가능한 비상을 위해서도 세법 개혁은 필요하다. 낡은 세제와 관행을 더 방치 말고 이제는 손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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