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홀린 800만 뷰 '야구 여신'...韓 야구팬들은 비웃은 이유

파이낸셜뉴스       2026.05.05 11:31   수정 : 2026.05.05 11: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야구장 관중석에서 포착된 한 미모의 여성이 국내외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으나, 그 정체가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가상 인물로 밝혀지며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티비에 내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글과 함께 5초 분량의 짧은 영상이 올라와 급속도로 확산했다.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중계 화면으로 보이는 영상 속에는 흰색 튜브톱과 청바지를 입은 긴 생머리의 여성이 다리를 꼰 채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담겼다.

경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입술을 깨물며 시선을 돌리는 모습과 함께 화면 위로는 "게임에 집중할 수가 없네요!(Wow, I can't concentrate on the game!)"라는 영어 음성이 흘러나왔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해당 영상은 게재 사흘 만에 누적 조회수 811만 회, 좋아요 2만5000개를 돌파했다.

지난 4일에는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Reddit)에 '평범한 한국 여성이 아니다(Not an average Korean woman)'라는 제목으로 공유돼 하루 만에 1200개의 '추천'을 받으며 해외 네티즌들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조인성 타석에 투수가 김서현?"… 매의 눈 야구팬들이 잡은 오류


완벽해 보였던 영상의 꼬리를 밟은 것은 '진짜' 야구팬들이었다. 팬들은 중계 화면에 표기된 경기 정보와 현장 상황의 치명적인 오류를 짚어내며 영상이 조작됐음을 밝혀냈다.

가장 결정적인 단서는 좌측 상단의 점수표였다. 화면에는 투수 김서현, 타자 조인성이 표기됐지만 이는 현실에서 성립할 수 없는 매치업이다. 조인성은 1998년 LG 트윈스에 입단해 2017년 은퇴한 후 현재 코치로 활동 중이며, 두산에서 뛴 적도 없다. 반면 김서현은 2023년 한화에 입단한 투수다. 두 선수의 맞대결 자체가 시기적으로 불가능한 셈이다.

이 밖에도 팬들은 "플래카드 문구가 '최강 두산'이 아닌 '최강은 두산'으로 적혀 있고, 고유의 붉은색 글씨도 아니다", "최근 두산과 한화 경기 중 8회에 4대 3 스코어가 나온 적이 없다"며 팩트 체크를 이어갔다. 애초 이 영상을 올린 계정 자체가 AI 생성물을 전문으로 올리는 곳이라는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야구에 밝지 않은 일반 누리꾼들은 "AI라는 댓글을 보기 전까지 완벽히 속았다"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누리꾼들은 "오타나 질감으로는 판독이 안 되는 수준이라 소름 돋는다", "이 정도면 나도 보이스피싱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10년 뒤면 SNS에 가상 인물만 남을 것"이라며 두려움을 표했다.

당국, 'AI 생성물' 규제 나서… 표시 의무화 속도


실제로 가짜 AI 콘텐츠로 인한 사회적 혼란은 이미 현실이 됐다. 지난달 대전에서는 동물원 늑대 탈출 소동 당시 가짜 목격 사진이 SNS에 유포돼 혼란을 가중시켰다. 해당 이미지를 제작·유포한 40대 남성은 결국 경찰·소방 당국의 수색을 방해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입건됐다.


무분별한 딥페이크 유포로 인한 사회적 비용 낭비를 막기 위해 국내외 규제 당국도 칼을 빼 들었다.

국내에서는 올해 1월 22일부터 시행 중인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에 따라, 생성형 AI 결과물을 외부로 유통할 경우 반드시 'AI 생성물'임을 사람이 인식 가능하게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 특히 선거 관련 딥페이크 콘텐츠는 표시 의무 위반 시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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