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은 국경도 부처도 가리지 않는다… 제주 UNITAR, '범사회적 대응' 국제워크숍 연다

파이낸셜뉴스       2026.05.05 11:58   수정 : 2026.05.05 11:58기사원문
5월 12~14일 온라인 개최
아태지역 등 4700여명 신청
UNDRR·UNPOG·UNEP CTCN 공동
재난위험경감·기후회복력 논의
제주 국제연수 플랫폼 역할 확대
"재난 대응은 예방·대비·복구까지"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폭우와 폭염, 태풍, 산불 같은 기후재난이 일상의 위험으로 다가오면서 재난 대응의 기준도 바뀌고 있다. 사고가 난 뒤 구조하고 복구하는 방식만으로는 피해를 줄이기 어렵다.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 시민사회, 지역공동체가 함께 위험을 낮추는 '범사회적 대응'이 기후위기 시대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제주에 있는 유엔훈련연구기구(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가 이 논의를 국제 연수 프로그램으로 확장한다. 제주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개발도상국 공무원과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재난위험경감과 기후회복력을 함께 배우는 글로벌 학습 플랫폼 역할을 맡는다.

5일 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에 따르면 오는 5월 12~14일 '재난위험경감 및 기후회복력 증진을 위한 범사회적 역량 강화 온라인 워크숍'이 열린다. 워크숍은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포함한 전 세계 중앙·지방정부, 시민사회단체, 유관기관 관계자 등 4700여명이 신청했다.

이번 워크숍은 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와 유엔재난위험경감사무국 동북아사무소(UNDRR ONEA & GETI), 유엔거버넌스센터(UN DESA/DPIDG/UNPOG), 유엔환경계획 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UNEP CTCN)가 공동 개최한다. 유엔 교육훈련, 재난위험경감, 공공거버넌스, 기후기술 분야 기관이 함께 참여한다.

재난위험경감은 재난이 발생한 뒤 피해를 수습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위험요인을 미리 확인하고 피해가 커지기 전 줄이는 정책이다. 기후회복력은 폭염, 폭우, 태풍, 가뭄 같은 기후 충격을 견디고 지역사회 기능을 빠르게 회복하는 힘이다. 기후위기 시대 재난정책이 소방·구호 영역에서 도시계획, 복지, 보건, 산업, 교육, 기술정책으로 넓어지는 배경이다.

워크숍의 핵심은 '범사회적 접근'이다. 정부 부처만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방정부, 공공기관, 기업, 시민사회, 지역공동체가 함께 위험을 줄이는 방식이다. 실제 재난 현장에서는 위험 경고, 취약계층 대피, 시설 관리, 민간 자원 동원, 지역 주민 참여가 동시에 맞물려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재난 대응의 기준도 사후 수습에서 사전 예방으로 이동하고 있다. 재난은 한 번의 사고로 끝나지 않고 복구와 재건 과정에서 지역사회에 장기 영향을 남긴다. 구조 활동뿐 아니라 예방, 대비, 대응, 복구 전 과정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야 하는 이유다.

피해 현황을 알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위험을 미리 경고하고 취약계층을 보호하며 행정과 민간, 지역공동체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워크숍이 '범사회적 접근'을 앞세운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번 워크숍은 글로벌 기준과 지역 현장을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재난은 기후위기라는 국제적 흐름 속에서 발생하지만 피해는 마을 도로와 지하차도, 항만, 학교, 병원 같은 구체적 장소에서 나타난다. 국제기구의 원칙이 실제 지역 대응 체계로 작동하려면 현장에 맞춘 훈련과 협력이 필요하다.

제주가 교육 현장이라는 점도 상징적이다. 제주는 섬이라는 지리적 조건 때문에 기후위기와 재난, 관광, 환경, 국제협력 의제가 한곳에서 만난다. 태풍과 집중호우, 해안 침식, 물 관리, 관광객 안전, 도민 이동권 같은 문제가 분리돼 있지 않다. 섬 지역의 위험은 지역 문제이면서 동시에 아시아·태평양 섬과 연안 지역이 공유하는 국제 의제다.



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는 이런 글로컬 의제를 다루는 지역 거점이다. UNITAR는 1963년 설립된 유엔 교육훈련 전문기구로 지속가능발전목표와 연계한 환경, 평화, 사회, 경제, 거버넌스 분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 세계에는 지역별 연수를 맡는 CIFAL 연수센터가 있고 제주국제연수센터는 2010년 서귀포시 제주국제평화센터에 문을 열었다.

제주국제연수센터는 개소 이후 3만5000명 이상의 참가자에게 세미나, 워크숍, 원격교육을 제공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온라인과 하이브리드 프로그램을 확대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공공부문 역량 강화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전문가 강연과 사례 발표, 이행 가이드라인 제공으로 구성된다. 성인지적 관점과 장애 포용적 접근을 반영한 재난위험경감 전략, 공공기관의 기후변화 대응 역량 강화, 전략적 미래예측 방법론, 민간부문 참여 확대와 민간재원 활용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성인지적 관점은 재난이 여성과 남성, 아동, 노인, 장애인 등에게 다르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정책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장애 포용적 접근은 대피, 경보, 구조, 복구 과정에서 장애인이 배제되지 않도록 설계하는 원칙이다. 재난 대응이 평균적인 주민만을 기준으로 짜이면 가장 취약한 사람이 가장 큰 피해를 입기 쉽다.

전략적 미래예측도 주요 의제다. 과거 재난 사례만 따라가면 새로운 위험을 놓칠 수 있다. 기후재난은 강도와 빈도, 피해 양상이 계속 달라지고 있다. 공공기관이 기후 데이터를 읽고 지역 취약성을 점검하며 정책 시나리오를 미리 준비해야 하는 배경이다.

민간부문 참여와 민간재원 활용도 다뤄진다. 재난 대응에는 공공예산만으로 부족한 영역이 많다. 기업의 기술, 보험과 금융, 지역 기반 사회공헌, 민간 플랫폼의 정보 전달 기능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범사회적 접근은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공공성과 민간 역량을 연결하는 협력 체계다.

센터 측은 이번 워크숍을 통해 재난과 기후위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정부와 공공기관, 민간부문, 시민사회, 지역공동체가 함께 작동하는 회복력 있는 지역사회 기반을 넓힐 계획이다.

이번 행사는 제주가 국제회의나 관광지로만 기능하지 않는다는 점도 보여준다.
제주에서 생산되는 국제 연수와 정책 학습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재난 대응 역량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재난이 지역의 삶을 흔드는 시대에 제주국제연수센터의 역할은 글로벌 위험을 지역의 언어로 풀고 지역의 경험을 세계의 해법으로 연결하는 공공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

김채연 제주국제연수센터 연수기획관은 "기후위기와 재난위험은 한 기관의 대응만으로 줄일 수 없다"며 "국제기구 간 협력과 지식 공유를 통해 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재난위험경감 역량을 높여 가겠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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