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못한다고 해고 못 한다"… 법원, 농협계열사 '5년 연속 미흡' 직원 해고에 제동

파이낸셜뉴스       2026.05.05 15:45   수정 : 2026.05.05 15:45기사원문
재판부 "업무 개선 의지 반복 표명"



[파이낸셜뉴스]농협 계열사가 매년 인사 평가에서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는 이유로 직원에게 해고를 통보하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다른 직원보다 업무 능력이 떨어졌다고 해도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볼 근거가 없다는 취지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김용태 부장판사)는 지난달 23일 A씨가 농협 계열사인 농협정보시스템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회사가 A씨에게 1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지난 2011년 9월에 농협정보시스템에 입사한 A씨는 지난 2024년 12월 12일 해고 통지를 받았다. 회사는 해고 전날 인사위원회를 열고 A씨가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인사평가에서 최하위 10%를 연속 5번 받은 것 등을 근거로 해고처분을 의결했다.

회사는 △2012년~2023년 인사평가 중 7번의 '미흡' 평가를 받은 점 △7회의 '미흡' 평가 중 4회는 하위 3%에도 미치지 못한 점 △특정 관리자뿐만 아니라 동료직원들도 직무능력부족을 인정한 것으로 판단되는 점 △2번의 직무복귀 의결로 개선 기회를 줬음에도 또다시 '저성과자'로 기록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직무수행능력의 현저한 부족으로 근무성적 또는 업무실적이 극히 불량한 경우 인사위원회 의결로 면직이 가능하다는 사내 인사규정을 들었다.

하지만 A씨는 인사이동 후 성과 평가가 C등급에서 B등급으로 상승했지만, 평가자인 상사가 합리적 이유 없이 역량평가에서 '미흡'을 줬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인사규정의 '면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다.

쟁점은 회사의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 기준에서 이뤄졌는지, 업무능력과 해고의 상관관계가 된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우선 역량평가 항목 상당 부분이 추상적이고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또 원고가 세부적으로 어떤 항목에서 어떤 점수를 받아 '미흡' 등급을 받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가 제출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해당 기간 동안 업무상 잘못으로 인해 문제점이 발생했다거나, 그로 인해 피고로부터 지적을 당했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도 없다"고 했다.


성과평가를 놓고는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도 피고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저조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해고처분 당시 업무능력이 현저하게 부족한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설명도 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3회에 걸친 소명의견서를 통해 자신의 업무에 대한 개선 의지를 반복적으로 표명했고, 2차례의 대기발령과 인사이동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웠던 점을 고려하면, 개선 가능성이 없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