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금융, '리스크 제로' 집착하다간 도태된다"

파이낸셜뉴스       2026.05.06 16:17   수정 : 2026.05.05 16:0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블록체인 기반의 결제가 금융의 시공간을 재편할 것이다. '리스크가 전혀 없는 상태'를 기다리다가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험프리 발렌브레더 파티오르 대표는 파이낸셜뉴스가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에서 개최한 '2026 FIND·제27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차세대 디지털 화폐는 어떻게 정산되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글로벌 국가들이 달러·유로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화폐를 새로운 결제·송금 수단으로 사용하는 반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한국에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리스크 회피가 곧 리스크"

발렌브레더 대표는 한국이 디지털 자산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기술이 불러올 위험 때문에 지나치게 망설이다 보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 금융권은 글로벌 혁신 금융 생태계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사업의 밑바탕이 될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의 입법 논의는 6·3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진 상태고, 금융권의 스테이블코인 대응은 '상표권 출원' 수준에 그쳐 기술적 준비와 수익성 창출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발렌브레더 대표는 "리스크를 우려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현재 리스크가 없다는 것'은 결국 기술적으로 뒤처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싱가포르, 유럽, 미국이 이미 정립해가고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참고해 한국도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앞다퉈 디지털 화폐 흐름에 올라타는 상황에서 한국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제도적 결단이 시급하다는 조언이다.

발렌브레더 대표는 "(제도 개선의) 가장 이상적인 타이밍은 사실 어제(과거)였을 것"이라면서도 "한국의 시장 규모와 경제적 위상을 고려할 때 합류할 기회는 여전히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경제가 글로벌 시장과 실시간으로, 안전하게 연결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는 반드시 감내해야 할 리스크가 따른다"며 "해당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한국 금융권의 과감한 실행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결제가 금융 시공간 재편

발렌브레더 대표는 블록체인 기반의 결제가 금융 인프라의 '시공간 개념'을 바꿀 것이라고 진단했다. 영상과 데이터가 국경과 시간을 초월해 이동하는 것처럼 돈 역시 은행 창구와 영업시간, 중개 단계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은 수출 중심의 경제지만 수출 과정에서 많은 결제상의 어려움이 있다"며 "블록체인 기반의 결제는 자금 유동성의 '버그'를 줄여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파티오르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24시간 365일 상시 운영되는 효율적인 실시간 결제와 최종성(Finality)을 보장한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 은행 중에서는 NH농협은행과 지난 2024년부터 협력하면서 블록체인 기반의 결제 생태계 구축의 초석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국내 다른 은행과도 협업을 시작해 차세대 결제시스템의 밑그림을 그릴 계획이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해킹 등 금융권의 보안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파티오르의 '허가형 네트워크'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거래 당사자만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설계를 통해 프라이버시와 보안 둘 다 잡겠다는 전략이다.

발렌브레더 대표는 "파티오르의 블록체인 기반 인프라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퍼블릭체인이 아니라 기존 참여자들의 승인을 얻어야만 합류할 수 있는 '하위 집합(Subset)' 형태"라며 "이는 사이버 보안 방어 체계에 강력한 레이어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완전 개방형 블록체인이 아닌, 금융기관간 정산과 메시지 교환이라는 특정 목적에 맞게 설계된 네트워크라는 의미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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