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전쟁이 끝나지 않는 이유
파이낸셜뉴스
2026.05.05 18:17
수정 : 2026.05.05 18:55기사원문
트럼프, 이란의 핵시설 해체와
향후 농축중단 등 핵포기 요구
모즈타바는 핵기술 포기 않고
호르무즈 해협 통제 지속 선언
이란 경제파탄, 국민인내 한계
전쟁 끝내면 폭동 막을 수 없어
미국은 이란을 공습하고, 이란은 그 보복으로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산재해 있는 미군 기지 외에 72개소가 넘는 산유국의 원유 생산·저장기지 등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하여 피해를 입혔으며, 그 결과로 석유 가격이 급등하여 세계 경제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즉 이 전쟁의 특성은 이란이 전쟁 당사국이 아니었던 미국으로부터 폭격을 맞고, 그 보복을 미국이 아니라 주변 아랍 국가들에 하는 연쇄적인 비대칭 구조에 있다.
한편 미국·이란 전쟁이 전개되는 데는 양국 공히 국내 정치상황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신정국가로서 강경파 군부가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이란은 정권유지를 위해서도 전쟁의 승리와, 신(神)은 위대하다는 것을 국민에게 증명해 보이는 일이 절박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민적 지지와는 무관하게 대통령 직권으로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에 개입한 결과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34%로 추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11월 중간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대이란 전쟁의 성공적 마무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양국의 국내 정치상황은 때로는 협상과 종전을 촉진하고, 때로는 전쟁을 자극하는 결과로 임시방편의 휴전이 장기화되고 있다.
오만만과 아라비아해 경계에 설치한 미군의 바리케이드 해상 봉쇄로 인하여 이란 무역의 60%가 차단됨으로써 가뜩이나 어려운 이란의 경제 상황은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계속되는 전쟁으로 이란은 수백만명의 실업자와 4월 기준 연율 67%에 달하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은 물론 식품 부족으로 국민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을 정도로 경제상황이 심각하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종전이 될 경우 국민들이 전쟁 중의 인내심을 버리고 경제상황 악화에 대한 불만을 분출할 것이 자명하므로 경제난과의 또 다른 전쟁에 직면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핵협상을 압박하기 위해 폭격을 재개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으며,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지난달 30일 핵과 미사일 기술 및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통제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성명을 발표함으로써 항전 의지를 독려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시설 해체와 향후 농축 중단을 포함한 완전한 핵포기를 우선조건으로 요구하고 후순위로 해협 개방 문제를 다루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일 이란은 한달 시한부로 호르무즈해협 개방과 미국 해군의 바리케이드 철수 및 레바논 전쟁을 먼저 협상하고, 그다음 핵협상을 하자는 수정 제안을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이란 측 제안에 불만족을 표시하는 한편, 미국 해군이 인도적 견지에서 이란의 봉쇄로 호르무즈해협에 갇혀 있는 선박들이 빠져나올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며, 미국 협상팀이 이란 정부와 매우 긍정적인 협의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언급은 핵협상보다 호르무즈해협 문제를 우선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시사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진전으로 보인다.
세계 석유 공급과 이란 경제의 숨통을 옥죄고 있는 호르무즈해협을 두고 미국과 이란 간에 치열한 협상이 최근 전개되고 있다. 이런 사실은 2개월 넘게 계속돼 온 전쟁의 종식 가능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에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할 수 있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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