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내집 마련' 방정식
파이낸셜뉴스
2026.05.05 18:17
수정 : 2026.05.05 18:55기사원문
집을 사고파는 시점을 고민하는 행위는 '마켓타이밍(Market Timing)'을 재는 일이다. 마켓타이밍은 주식같이 변동성이 큰 자산에 적용되는 개념이다. 어느덧 집은 가족과 수십년을 함께할 공간이 아니라 적기에 매수해 차익을 남겨야 할 재화가 되어버렸다. 이런 현상은 유독 대도시에서만 두드러진다. 산골짜기 집을 사며 마켓타이밍을 묻는 사람은 없다. 그들에게 집은 필요할 때와 형편이 닿을 때 마련하는 삶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도시인은 집을 사는 순간 우상향을 기도하는 '신도'가 된다. 어찌 보면 "집 언제 사요?"라는 질문은 재테크 관념이 뼈저리게 내면화된 대도시의 초상이다.
과거의 내 집 마련에는 정해진 '국가고시' 같은 정석이 존재했다. 연애와 결혼을 거쳐 전세로 시작하고, 성실히 빚을 갚으며 내 집이라는 완성체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었다. 대출이자 납입은 성실함의 증거였고, 훗날 얻게 되는 자본이득은 고단한 삶에 대한 보상이었다. 그러나 일부 젊은 세대는 이런 정형화된 문법과는 다른 경로에 관심을 기울인다. 서둘러 집을 사기보다 금융자산으로 돈을 벌어 나중에 필요할 때 사겠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내 집 마련 정공법이 아니라 우회전략을 활용하려는 생각이다. 부동산이라는 무거운 닻에 묶여 인생의 경로를 제한받기보다 자산의 유동성을 확보해 수익을 올리는 게 먼저라는 식이다.
"집을 언제 사느냐"는 질문은 이제 낡은 구시대적 질문인지 모른다. 집에만 집중하는 시대에선 타이밍은 매우 중요한 가치 판단이었다. 그리고 일찍이 탑승할수록 자본이득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투자금을 어디에 배분할지가 더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내 집 마련은 여러 대안 중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주택과 금융자산 투자 가운데 우선순위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어느 쪽이 좋을지는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내 집 마련의 방정식이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각자 라이프 스타일과 투자전략에 따라 선택하는 수많은 옵션 중 하나가 되었다. 정답이 하나뿐이었던 시대에서 다원화된 사회로의 이행, 이것이 변화의 핵심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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