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안전한 담보 대신 '전략적 가치' 따져라"
파이낸셜뉴스
2026.05.05 18:38
수정 : 2026.05.05 18:37기사원문
윤송이 프린시플벤처파트너스 매니징 파트너
수익성·건전성 중심 평가서 탈피
미래 성장성 읽어내는 기준 마련을
AI인프라 향하는 글로벌 자본 주목
특정기술 골라 지원하는 정책 그만
인재 머무르는 환경 조성이 먼저
윤송이 프린시플벤처파트너스(PVP) 매니징 파트너는 파이낸셜뉴스가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에서 개최한 '2026 FIND·제27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자본이 미래를 설계한다'를 주제로 강연을 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의 진단은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과 맞닿아 있다. 자금이 전통적 기준에 갇혀 '안전한 담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미래 산업의 생산성·성장성을 높이는 곳으로 흘러가기 위해 '전략적 가치'를 고려한 자산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윤 매니징 파트너는 금융권도 기존의 수익성·건전성 중심 평가에서 나아가 산업구조의 변화와 미래 성장성을 읽어내는 방식으로 기준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자산 배분은 합리적이고 전통적 기준인 수익성, 리스크, 유동성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이뤄졌다"며 "이들 기준 만으로는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읽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재무관리 능력이 아니라 해당 투자가 어떤 전략적 가치를 지니는지 판단하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다만 전통 금융권이 지금까지 기업을 평가해온 방식으로는 기술 산업의 변화 방향과 성장 가능성을 독자적으로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통 금융권도 벤처 투자자나 산업 전문가 등과 긴밀하게 협업해 시장의 변화를 읽고, 전략적 인사이트를 반영해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 가치와 산업 전환 가능성을 함께 평가하는 협력모델이 생산적 금융의 실효성을 높일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글로벌 자본은 AI 인프라로
이 같은 관점에서 윤 매니징 파트너는 생산적 금융의 자금이 향해야 할 대표적인 미래 산업으로 '인공지능(AI) 인프라'를 꼽았다. AI가 특정 제품이나 기능이 아니라 기업의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기반 기술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AI를 유망한 섹터로 바라보는 것보다 앞으로 만들어질 대부분의 가치가 반드시 거쳐 가야 할 기반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매니징 파트너는 데이터와 네트워크 등 기반 역량이 AI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AI 투자는 더 좋은 모델을 만드는데 집중했다"면서 "이제는 AI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그리고 비용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지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이 기업을 평가할 때도 현재의 기술 수준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력이 강화되는 구조를 갖췄는 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더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그 데이터로 제품이 개선되고, 그 개선이 다시 더 많은 고객을 끌어오는 흐름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초기의 기술적 우위는 빠르게 사라지기 마련"이라고 짚었다.
이어 "결국 기업의 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거나, 노동을 대체하거나, 명확한 투자수익률(ROI)을 만들어내는 경우에만 의미 있는 투자가 이어진다"며 "기술이 아니라 결과로, 가능성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제성으로 평가 기준이 이동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AI 투자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한 조건도 설명했다. 윤 매니징 파트너는 "많은 조직이 AI를 기존 프로세스 위에 덧붙이는 방식으로 접근하지만 이는 기대와 달리, 비용만 증가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진짜' 변화는 일을 하는 방식 자체가 바뀔 때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AI가 사람을 보조하는 도구로만 활용되지 않고, 사람의 역할·책임, 의사결정 구조를 재설계하는 과정에서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분석이다.
■성장 생태계 구축하는 정책 필요
윤 매니징 파트너는 현재 AI가 산업의 기반 자체를 바꾸는 시대에서 우리나라도 그 변화를 따라가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설계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 기술을 골라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재가 몰리고, 머무르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산업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순간을 보면 자본이나 정책보다 사람이 먼저 움직였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기술은 복제될 수 있고, 자본은 이동할 수 있지만 인재 풀은 한 번 형성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지는 구조를 만든다"고 말했다.
또 "단순히 더 많은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큰 꿈을 꿀 수 있는 사람들이 공학을 선택하고, 그들이 세계적인 수준에서 경쟁하고, 다시 더 뛰어난 인재를 끌어들이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패를 감수할 수 있는 환경, 글로벌 수준의 문제에 도전할 기회, 보상이 뒤따르는 생태계가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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