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 걸리던 컴퓨터 난제, 반도체로 최적화

파이낸셜뉴스       2026.05.06 09:17   수정 : 2026.05.06 09:1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시대, 수천 년이 걸리는 '조합 최적화 문제(가능한 모든 경우 중 가장 효율적인 답을 찾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KAIST 연구진이 기존 실리콘 공정만으로 구현 가능한 연산 하드웨어를 개발해, 별도 설비 없이 바로 생산·적용 가능한 전환점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물류, 금융, 반도체 설계 등 다양한 산업에서 더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전기및전자공학부 최양규 교수와 김상현 교수 공동 연구팀이 기존 실리콘 반도체 공정만을 활용해 차세대 최적화 전용 하드웨어인 '오실레이터 기반 아이징 머신(Oscillatory Ising Machine, 여러 진동 소자가 상호작용하며 최적 해를 찾아내는 특수 목적형 컴퓨터)'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오실레이터(일정한 주기로 신호를 반복하는 진동 소자)'다. 여러 개의 오실레이터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박자를 맞추는 과정에서 시스템은 자연스럽게 가장 안정적인 상태에 도달하고, 이 과정에서 최적의 해를 찾아낸다.

기존 아이징 머신은 오실레이터 간 미세한 주파수 편차(각 소자의 진동 속도 차이)를 정밀하게 제어하기 어렵고, 소자 간 연결도 제한적이어서 복잡한 문제를 푸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오실레이터와 이를 연결하는 커플러(Coupler, 소자 간 상호작용의 강도를 조절하는 장치)를 모두 단일 실리콘 트랜지스터(반도체의 기본 스위치 소자)로 구현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오실레이터 간 주파수 편차를 줄여 안정적인 동기화(여러 신호가 같은 리듬으로 맞춰지는 상태)를 가능하게 했으며, 커플러를 이용해 다중 상태 커플링(연결 강도를 여러 단계로 조절하는 방식)을 구현함으로써 문제의 가중치(각 조건의 중요도)를 보다 정밀하게 반영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아이징 모델의 표현력과 해 탐색 성능을 동시에 크게 향상시켰다.

연구팀은 해당 기술을 활용해 대표적인 조합 최적화 문제인 '최대 절단(Max-Cut, 네트워크를 두 그룹으로 나눌 때 연결을 최대화하는 문제)' 해결에 성공했다.


이 문제는 물류 경로 최적화, 금융 포트폴리오 구성, 반도체 회로 배치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직접 활용될 수 있다.

최양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오실레이터와 커플러를 모두 실리콘 소자로 구현해 확장성과 정밀도를 동시에 확보한 아이징 머신 하드웨어"라며, "반도체 설계 자동화, 통신 네트워크 최적화, 자원 분배 등 대규모 조합 최적화가 필요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윤성윤 박사과정과 김준표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과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중 하나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3월 27일자로 게재됐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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