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유지 카드 꺼낸 트럼프…유가 안정·이란 봉쇄 노림수
파이낸셜뉴스
2026.05.06 09:18
수정 : 2026.05.06 09:1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이란과의 휴전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발생했지만 이를 '전쟁'이 아닌 '집행(enforcement)' 차원의 조치로 규정하며 휴전 파기와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호르무즈 해협 주도권을 둘러싸고 이란을 압박하는 동시에 국제유가와 이란 경제를 겨냥한 압박 전략을 병행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휴전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미국 의회의 전쟁권한법 적용을 피하기 위한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휴전은 유지…"전쟁 아닌 집행"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역시 이날 펜타곤 기자회견에서 "휴전은 끝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이 시작한 호르무즈 해협 상선 구출 작전인 '해방 프로젝트'가 기존 대이란 군사작전과는 별개의 작전이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우리는 방어할 것이며 강력하게 방어하겠다고 밝혀왔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며 "이란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해방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날인 지난 3일 이란 측에 해당 계획을 사전 통보하며 "방해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이날 "장대한 분노 작전은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의회에 통보했다"며 "그 단계는 끝났고 우리는 지금 해방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유가 안정·전쟁권한법 회피 포석
미국이 이란과의 교전에도 불구하고 "휴전은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하는 것은 국제유가 급등 등 경제적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방 프로젝트 개시 이후 양국 간 교전이 발생하자 국제유가는 전날보다 5% 넘게 급등했다. 휴전 종료와 전쟁 재개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이날 미국 측의 잇따른 휴전 유지 발언 이후 국제유가는 다시 하락했다.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7월물은 전장 대비 4.57달러(3.99%) 하락한 배럴당 109.8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물도 4.15달러(3.90%) 하락한 배럴당 102.27달러에 마감했다.
휴전 유지 강조는 미국 의회의 전쟁권한법 적용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쟁권한법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미군을 적대행위에 투입한 뒤 48시간 이내 의회에 보고해야 하며, 의회 승인을 받지 못하면 60일 이내 군사행동을 종료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28일 '장대한 분노' 작전을 개시한 뒤 3월 2일 의회에 이를 보고했다. 이후 60일 시한이 도래하는 시점에 맞춰 의회에 "전쟁은 끝났다"고 통보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전면전을 재개하기보다 해상 봉쇄와 금융 압박을 통해 이란의 자금줄을 조이면서 협상에서 최대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아직은 전면전을 재개할 시점이 아니라는 현실적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 금융 시스템 붕괴를 압박 목표로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우리가 그들의 금융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그것이 실패하기를 바란다. 내가 이기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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