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게 스며드는 '고기능 우울증' 극복은?

파이낸셜뉴스       2026.05.09 09:00   수정 : 2026.05.09 09:00기사원문
고기능 우울증, 미묘하게 누적되며 우울감
한의학에서는 '허로'의 한 유형으로 진단해
우황청심원, 심기와 정신의 안정에 효과적

[파이낸셜뉴스] 최근 '고기능 우울증(high-functioning depression)'이 정신건강 전문가들 사이에서 별도의 임상 유형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출근과 운동, 자기개발을 매일 하면서도 이유 없는 공허감과 우울감이 사라지지 않는 상태, 이를 고기능 우울증 이라고 부른다. 극단적인 무기력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본인조차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지 못한 채 방치되기 쉽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우울증과 고기능 우울증을 구분하는 핵심 기준은 '기능 유지 여부'다. 일반 우울증은 사회적 관계 유지 자체가 어려워지는 등 외부에서 관찰 가능한 기능 저하가 동반된다.

반면 고기능 우울증은 직장 생활, 대인관계, 일상 루틴이 겉으론 유지된다. 또한 일상 생활에서 성취 수준이 높을수록 증상을 더 감지하기 어렵다.

고기능 우울증의 증상은 미묘하지만 누적된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즐기던 일에서 흥미가 줄며,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감이 이어진다. 의학적으로는 지속성 우울 장애(기분저하증)와 겹치는 개념으로 2년 이상 낮은 강도의 우울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를 포함한다.

한의학에서는 이 상태를 '허로(虛勞)'의 한 유형으로 본다. 허로는 과로와 스트레스 등으로 몸의 기운이 소진돼 허약해지는 증상으로 식은땀·식욕 저하 등이 동반된다. 한의학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고기능 우울증을 기력 소진 상태를 출발점으로 하여 치료에 접근한다.

허로 치료에서 정신적 피로에는 우황청심원(牛黃淸心元), 신체 면역력 저하에는 육공단이 각각 처방된다. 먼저 우황·사향·용뇌 등 30여 종의 생약으로 이뤄진 우황청심원은 동의보감에 '심기(心氣)가 부족하고 정신이 안정되지 못한 증상에 두루 쓰는 처방'으로 기록돼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항산화(Antioxidants)'에 게재한 연구에서는 우황청심원이 뇌 조직을 활성화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시중 약국에서 판매되는 우황청심원과 한의사의 진단을 통해 조제되는 우황청심원은 성분 구성과 처방 방식에 차이가 있다. 특히 우황청심원의 핵심 재료인 천연 사향과 우황은 희소성이 높은 고가의 약재인 만큼 제품별 약재의 기원이나 함량에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전문가와 상담하여 적절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황청심원으로 정신적 피로를 다스렸다면 육공단으로 면역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다음 단계다. 국제학술지 '헬리온(Heliyon)'에 게재된 연구에서 육공단은 면역세포 사멸을 억제하고 면역 반응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면역세포의 사멸을 억제하는 BCL-2단백질의 발현 강도가 2배 이상 증가했고 염증 수치와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인터루킨-10(IL-10)은 약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적 치료와 함께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도 고기능 우울증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매일 감정 상태를 짧게 기록하는 습관은 자신의 내면 상태를 언어화하고 점검하는 기회가 된다. 직접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는 계기를 만드는 것은 자각이 어려운 고기능 우울증을 조기에 감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고기능 우울증 환자는 일상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은 그렇지 않다.
번아웃과 달리 휴식만으로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방치하면 증상이 심화될 수 있다. 만성적인 공허감이나 설명되지 않는 피로가 반복된다면 단순한 스트레스로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한방 치료를 포함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 고기능 우울증의 악순환을 끊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보라매자생한방병원 박원상 병원장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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