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약 먹었는데 임신?…수술대서 심장 두번 멎고 기적처럼 살아난 20대女
파이낸셜뉴스
2026.05.07 05:00
수정 : 2026.05.07 10:0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간단한 자궁외임신 의심 수술을 받으러 병원에 갔던 20대 여성이 마취제 알레르기 반응으로 두 번이나 심장이 멎는 아찔한 위기를 넘기고 기적적으로 회복했다.
6일 영국 더 미러에 따르면 교사로 재직 중인 두 아이의 엄마 힌다 아브라함스(28)의 악몽은 지난 1월 30일 시작됐다. 힌다가 처음 겪은 이상 징후는 나흘간 지속된 극심한 복통과 소량의 점상 출혈(하혈)이었다.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피임약을 복용해 왔고, 불과 2주 전 정상적인 생리를 했으며 모유 수유까지 하고 있던 터라 임신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통증이 가라앉지 않자 병원을 찾았고, 검사 결과는 뜻밖에도 '임신 양성'이었다. 초음파 검사 결과 왼쪽 난소 근처에서 종괴가 발견됐고, 의료진은 '자궁외임신'으로 진단했다.
방치하면 생명 위협하는 '나팔관 파열'…응급수술 필요
자궁외임신은 수정란이 자궁 내부가 아닌 나팔관, 난소, 복강 등 정상적인 위치를 벗어난 곳에 착상하는 초응급 질환이다. 특히 나팔관에 착상하는 경우가 가장 흔한데, 태아가 자라면서 좁은 나팔관이 견디지 못하고 파열될 위험이 매우 크다.
나팔관이 파열되면 뱃속에 대량 출혈이 발생한다. 이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은 ▲칼로 찌르는 듯한 극심하고 갑작스러운 하복부 통증 ▲출혈이 횡격막을 자극해 발생하는 어깨 통증(방사통) ▲과다 출혈로 인한 어지럼증, 식은땀, 호흡 곤란, 실신 등이다.
이러한 파열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119를 부르거나 응급실로 직행해야 한다. 파열로 인한 복강 내 출혈은 단시간에 '저혈량성 쇼크'를 유발해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 도착하면 즉각적인 복강경 또는 개복 수술을 통해 출혈 부위를 지혈하고 파열된 나팔관을 제거해야 하며, 출혈량이 많을 경우 대량의 수혈이 동반된다.
수술실 덮친 '전신 마취제 아나필락시스 쇼크'… 20초간 멈춘 심장
의료진은 힌다의 상태를 확인하고 즉시 종괴 제거를 위한 복강경 수술에 들어갔다. 45분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수술 시작 20분 만에 힌다의 심장이 두 번이나 멎고 말았다. 원인은 전신 마취제에 대한 급성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쇼크(Anaphylactic shock)'였다.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항원에 면역계가 과민 반응을 일으켜 순식간에 전신에 나타나는 중증 알레르기 질환이다. 수술실에서는 주로 근육이완제, 항생제, 수면 유도제 등의 마취 관련 약물이 원인이 된다.
수술 중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하면 기도가 급격히 부어올라 호흡이 불가능해지고, 혈압이 곤두박질치며 심각한 경우 심장 박동이 멈춘다. 특히 환자가 마취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환자 본인이 호흡 곤란이나 가려움 등의 전조 증상을 호소할 수 없어 의료진의 모니터링 수치 파악과 즉각적인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 투여, 심폐소생술(CPR)이 생사를 가른다.
의료진의 긴급 심폐소생술 덕분에 약 20초간 멎었던 힌다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후유증은 만만치 않았다.
중환자실에서 5시간 만에 의식을 찾은 그는 자가 호흡이 불가능해 기도 삽관을 한 상태였다. 강한 흉부 압박으로 인해 숨을 쉴 때마다 흉골에 극심한 통증이 이어졌고, 기도 삽관 부작용으로 인한 폐렴과 심정지 트라우마로 인한 심부전 징후까지 겪어야 했다. 사흘간의 중환자실 치료 끝에 다행히 뇌 손상이나 영구적인 장애 없이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힌다는 "최고의 의료 환경에서 CPR을 받아도 생존율은 40% 남짓이며, 심장이 다시 뛰어도 며칠 내에 합병증으로 사망하거나 뇌 손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며 "심각한 후유증 없이 살아난 것은 진정한 기적"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 "나처럼 피임약을 꾸준히 먹고 2주 전에 생리까지 한 사람이라면 응급실에서 임신 테스트를 하자는 말을 들었을 때 바보 같다고 생각하기 쉽다"면서도 "만약 자궁외임신으로 나팔관이 파열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임신 사실을 빨리 확인하는 것만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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