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반한 K탈모샴푸… '학자 출신 기업가' 본보기 될 것"

파이낸셜뉴스       2026.05.06 18:20   수정 : 2026.05.06 18:19기사원문
이해신 폴리페놀팩토리 대표
카이스트 교수로 폴리페놀 연구
탈모 기능성 샴푸 그래비티 개발
2024년 생산시설 자동화 구축
지난해 매출 300억 회사로 성장
美·日·佛 선진시장 공략 '박차'



"해외 소비자를 만나면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소비자 목소리를 듣고 다양한 인종의 머리카락을 만져보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이해신 카이스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좌교수는 탈모 기능성을 인정받은 '그래비티 샴푸' 영업을 위해 지난해부터 해외 출장을 수시로 다니고 있다.

이 교수가 이끄는 폴리페놀팩토리는 2024년 4월 제품 첫 출시 후 2년 만인 지난해 매출 300억원 규모 기업으로 성장했다. 다만, 직원 수는 30여명으로 아직 성장 초기 단계다. 이 교수는 그래비티샴푸의 해외 성장성을 높게 보고 세일즈맨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출장은 동행 직원 없이 혼자 소화했다.

■홍합 연구서 탈모샴푸 아이디어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폴리페놀팩토리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이 교수는 "그래비티의 탈모 개선 효과가 입소문이 나면서 해외에서 진출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폴리페놀팩토리는 이 교수가 두 번째로 창업한 기업이다. 이 교수는 카이스트 조교수로 임용된 직후인 2010년 지혈제를 만드는 이노테라피 창업 당시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참여했다. 2019년 코스닥에 회사를 상장시키고 매각한 후 소비재로 관심을 돌렸다. 원천 기술을 머리카락에 적용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로 새치를 검정색으로 바꿔주는 '모다모다샴푸'와 기술 로열티 계약을 맺었다. 갈변샴푸를 통해 기능성을 검증한 후 폴리페놀팩토리 창업에 나섰다.

연구자인 이 교수가 창업의 길로 들어선 계기는 로버트 S. 랭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석좌교수와의 인연 때문이다. 랭어 교수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최초로 만든 바이오 기업 모더나 창업자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2008년 랭어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았다. 당시 연구실 인원 100여명이 매주 2명씩 발표하는 자리마다 사업화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어떻게든 연구를 상용화하는 방향과 연결시키려고 시도하는 트레이닝을 받다보니 창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계속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창업에 사용한 원천기술은 홍합 연구에서 출발했다. 박사 과정에서 항산화 성분으로 알려진 폴리페놀 가운데 물속에서도 접착력이 높고 코팅이 되는 원리를 규명해낸 데 이어 이 원리를 처음 상용화한 제품이 지혈제였다.

■미·일·프 선진시장 공략

그래비티샴푸는 KAIST 연구진이 만들었다는 신뢰도를 기반으로 출시 초기부터 탈모인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초기 핵심 원료를 대량생산할 수 없어 17번의 예약 주문을 받았다. 이 교수를 비롯한 직원들은 실험실에서 야간, 주말에도 수작업으로 원료를 만들었다. 2024년 말 실험실 한켠에 자동화를 도입한 생산시설을 갖췄다. 이 교수는 "'완판 마케팅'이라는 의심도 받았지만 실제로는 처음부터 생산시설을 갖추기 어려웠기 때문에 물량을 맞추느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작년부터는 해외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작년 9월 미국 아마존과 일본 라쿠텐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프랑스 3대 명품 백화점으로 꼽히는 쁘레땅 백화점에 입점했다. 오는 6월에는 탈모 효과와 동시에 두피와 모발 보호가 가능한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해외 매출은 10%에 못미쳤지만 올해는 선진 시장 중심 두자릿수 성장과 매출 400억~500억원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이 교수는 임용 후 발표한 논문 250편 가운데 7편이 네이처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를 비롯한 유력 국제 학술지에 실리는 등 연구에도 매진하고 있다. 그는 " KAIST 연구실 비용 등 수익의 상당부분을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며 "소비재 분야에서 연구자이자 세계적 기업가로 성장하는 국내 첫 모델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