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신청사 지연에 속타는 상인들..."광화문 아닌 '공사판 상권'"
파이낸셜뉴스
2026.05.07 17:28
수정 : 2026.05.07 17:3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주 고객층 하나가 통째로 사라진 셈입니다. 새로운 고객층이 들어올 자리도 막혀있는 상태고요. 언제 상황이 나아질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지난달 찾은 서울 종로구의 한 상인은 '광화문 상권' 속에서 고통을 호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대기업 건물 출입구가 역쪽을 향하고 있어 퇴근시간 이후로는 손님이 많지 않다"며 "구청 퇴근 손님을 받아야 하는데 아직도 구청 건물은 올라가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청사 이전 12년 표류...유물·설계 발목
7일 종로구에 따르면 '종로구청·소방합동청사 통합개발 사업'은 행정안전부 주관 '2026년 제1차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조건부 통과하며 시공사 선정을 위한 발주 절차에 들어섰다.
지난 2014년 신청사 이전 계획을 최초로 수립한 이후 12년 만에 행정절차 단계가 마무리된 셈이다. 다만 부지 인근 상인들의 걱정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과거 '구청 상권'이 '공사판 인근'으로 바뀐 지 벌써 6년여가 흐른 데다 건립 계획이 계속해서 지연된 기억이 있어서다.
지난 2021년 구는 임시청사 대상지로 대림빌딩과 '94빌딩으로 선정하고 구청사 철거에 착수했다. 당시 계획은 2022년 6월에 착공해 2024년 12월 준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약 3년 정도 뒤에는 광화문 광장의 유동인구를 직통으로 이어받을 수 있는 복합시설이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공사는 조선시대 관청 터인 '사복시' 유물이 발굴되면서 멈춰섰다. 구 관계자는 "2019년 2차례의 최초 시굴조사 당시 학술자문회의에서 정밀발굴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제시됐다"면서도 "유구의 윤곽이 확인되며 2024년 4월 발굴조사 완료 시점까지 설계 용역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당초 준공 목표로 잡은 시점까지도 유물로 인한 공사지연이 지속된 셈이다.
구청사로 활용하던 옛 수송초등학교 건물의 보존문제 역시 발목을 잡았다. 보존건물로 일부 건물을 남겨둘 예정이었지만 정밀안전 진단결과 'E등급'을 받으며 기존 설계를 뒤집어야 했다. 구 관계자는 "지하 굴착 공사 시 건물 전도·붕괴 위험 안전문제로 서울시와 협의해 철거를 결정해 심의 사항 반영 설계를 2024년 4월까지 실시했다"며 "종로마당을 넓히고 코리안리 빌딩과 지하연결통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화문역과 바로 이어지는 청사 설계도 새롭게 심의를 거쳐야 했다. 2024년까지 이어진 소방성능 심의에 따라 기존 소방설계 및 재난설계 재설계(코어 2개소 이상 추가 설치 및 소방대피공간 등)를 지난해 1월에야 마무리했다.
인근 상인들은 이같은 행정절차를 알기 어려워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몇몇 업체가 구청에 공사 관련 문의를 했지만 '공사 기간이 지연되고 있다', '최근 공사 관련 비용이 상승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을 뿐 별도 설명회나 공청회가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그 사이 종로구는 지난 4년 6개월 동안 임시청사로 사용했던 대림빌딩 계약이 종료되며 지난해 11월 '더케이트윈타워'로 임시청사를 이전했다. 상인들은 신청사 공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임시청사 계약이 연장되는 것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신청사 효과'도 톡톡..."빠른 준공 희망"
수십 년이 넘는 노후청사를 이전하거나 재건축하는 것은 대다수 기초지자체의 숙원사업이다. 다만 인근 주민·상인 등 다양한 이권이 얽혀있는 서울에서는 풀기 어려운 과제기도 하다.
최근 신청사 이전을 완료한 동작구는 1981년 지은 노량진 청사 자리를 LH에 넘겨주며 신청사 건립을 요청했다. 끝까지 시장에 남기를 결정한 상인 50여명은 신청사에 들어서는 상업시설에 입주시켰다. 임대료 역시 대폭 낮춰 부담을 줄여줬다. 새 청사에는 문화·커뮤니티 공간을 비롯해 쇼핑몰과 푸드코트까지 입점해 유동인구를 끌어들이는 중이다.
올해 준공을 목표로 둔 강서구 역시 구청·보건소·구의회를 한데 모은 통합 신청사를 건립 중이다. '마곡 컨벤션센터'와 '원그로브', '서울식물원' 등 주변 상권과 결합해 청사를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1976년 준공돼 50여 년이 지난 영등포구청은 인접 부지에 신청사를 먼저 건립한 뒤, 이전 후 기존 청사를 철거해 당산근린공원으로 재조성하는 '순환 개발' 방식으로 추진된다. 공사로 인한 주변 상권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종로구는 다음 달 시공사 선정을 위한 절차에 돌입한다. 내년 착공해 2031년을 새로운 준공 목표 시한으로 잡았다. 행정절차를 마무리한 만큼 최대한 빠르게 건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통합 청사에는 구청 본관, 구의회, 보건소, 주민 편의시설이 들어선다. 소방합동청사에는 종로소방서, 소방재난본부, 종합방재센터가 입주한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모든 절차가 끝난 만큼 지연 없이 사업을 추진해 신청사를 최고 수준의 행정·문화 복합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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